흉내만 낸 民自 당헌.당규 개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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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민자당은 27일 의원.지구당위원장 연석회의와 당무회의를 잇따라 열어 당헌.당규 및 정강정책 개정안을 의결했다.민자당은 이를 『당총재인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의 「당 세계화」주문에 부응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당헌.당규와 정강정책 개정작업을 지휘해온 문정수(文正秀)사무총장은 특히 『당이념과 당운영의 틀을 세계화.지방화.통일시대에맞도록 바꾸기 위해 고심했다』면서 『시대에 걸맞은 국민정당으로환골탈태(換骨奪胎)하려는 노력을 평가해달라』고 주문했다.
달라진 당헌.당규와 관련,민자당이 가장 내세우는 대목은 두가지다.당운영방식을 당3역의 독임제(獨任制)에서 위원회 중심으로바꾸고 몇가지 당직.공직후보 인선에 경선제를 도입했다는 점이다.우선 경선 대상으론▲중앙상무위의장▲원내총무▲시 .도지부위원장▲지구당위원장▲시.도지사 후보등이 선정됐다.민자당은 이로써「당의 민주화」가 한층 강화됐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직책중 자유경선으로 뽑는 것은 중앙상무위의장.시도지부위원장.지구당위원장뿐이며,중앙상무위는 그 조직자체가 권력배분과는 무관한 변방조직인만큼 그 長의 경선에 큰 의미를 부여하기는 어렵다.
게다가 시.도지부장 경선은 이번 시.도지부 정기대회에서도 입증됐듯 그 지역 중진에 감히 도전하겠다는 사람이 나오지 않으면사실상 무의미해진다.지구당위원장도 15대총선(96년4월)후 1년이 지난 97년3,4월에 경선한다는 계획이므로 金대통령의 공천권 행사에는 아무런 지장을 주지 않을 뿐더러 97년 이후 상황이 어떻게 바뀔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시말해 당내 민주화의 핵심에 해당되는 지구당위원장 경선은 결국 16대 총선때(2000년)가 돼야 실행에 옮겨지는 것인데이는 너무 먼 얘기여서 『그 때 가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는반응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는 실정인 것이다.
원내총무도 의원총회에서 선출하되 총재가 후보자를 복수추천해올경우 그에 따르기로 해 사실상 자유경선제는 도입되지 않았다.
민자당은 또 사무총장.정책위의장.원내총무등 당3역의 독임제를위원회제로 바꿔 소속의원의 당무참여 기회를 확대했다.현행 당3역 밑의 실.국체제를 위원회체제로 바꿔 다수 의원들이 이곳에서활동할 수 있도록 한다는 얘기다.그러나 이같은 운영방식이 과연「하향식」에 익숙해져 있는 여당체질을 얼마나 변화시킬 수 있을는지 의문이다.
민자당은 이와 함께 강령에서 내각제적 요소를 삭제한 것을 제외하곤 당기구.당직이름을 바꾸고 사람수를 줄이는 정도에서 당헌.당규 및 정강정책 개정을 마무리했다.게다가 「세계화」의 상징처럼 생각,새이름을 공모하는등 요란법석을 떨었던 당명변경 작업도 중도포기했다.때문에 민자당 「세계화」추진작업은 결국 김종필(金鍾泌)前대표를 제거하는것 빼고는 이렇다할 실체가 없는 속빈강정으로 귀결됐다는 혹평도 나오고 있다.
〈李相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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