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대지진 경제파장-비관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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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일본 간사이(關西)대지진의 피해 규모가 드러나면서 일본 경제전체의 회복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특히 미국과 유럽쪽의 언론들은 이번 지진의 경제적 파장이 별게 아니라는 일본쪽의 주장에 회의적인 시선을 던진다.
월스트리트 저널紙는 최근 들어 일본 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하던 소비수요가 이번 지진으로 크게 위축됐다는 점을 들어 당초의낙관론은 수정돼야한다고 지적한다.
원래 어떤 자연재해든 두가지 경제적인 측면을 갖는다.지진과 같은 재난은 초기에 기존의 부(富)를 파괴하고 경제에 악영향을미치지만 중기적으로는 성장을 부추기는 효과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진 사망자가 5천명을 넘어서고 이재민이 30만명에이르는 것으로 나타난 피해 규모는 이같은 시나리오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우선 소비수요가 위축될 것으로 경제분석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주식시장은 바닥으로 가라앉고 수익이 호전되리라던 일본 기업들의기대도 부서진 공장과 망가진 수송로로 인해 함께 무너지고 있다. 이렇게 되면 당장 몇달후의 성장전망도 고쳐잡을 수밖에 없다. 일본 경제는 지난해 4.4분기에 0.9% 성장했고 지진이 일어나기 전만해도 국내총생산(GDP)증가율이 금년 3월에 끝나는 94회계연도에 1%,95회계연도는 2%로 높아질 것으로 예측됐었다.
그러나 지진 이후에는 올 1.4분기의 성장률이 예측기관에 따라 0.5%포인트에서 0.9%포인트까지 낮아졌다.
메릴린치社의 경제분석가들은 올 3.4분기 이후에는 지진피해 복구에 따른 특수가 분기마다 0.2%포인트 정도의 성장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본다.
그러나 숫자가 문제가 아니라 일본경제성장의 원동력으로 자리잡은 내수가 지진 이후 급속히 가라앉고 있다는게 문제다.경제분석가들은 GDP에서 차지하는 내수의 비중이 최근 5년새 5%나 늘어 이제 60%에 달한다는 점을 지적한다.지진에 대한 두려움은 소비심리를 극도로 위축시키면서 경제회복의 발목을 잡고 있다. 또 한가지는 산업계에 미치는 파장이 예상보다 심각하다는 점이다. 지진 이전에 일본 경기회복을 선도하던 전자산업이 추진력을 잃고 있다.고베(神戶)시 주변의 단전(斷電)으로 이 지역에몰려있는 가전업체들의 가동이 중단됐다.전기는 다시 공급됐지만 이번에는 항구.도로.철도등 수송망의 붕괴가 골칫거리다 .기능이마비된 고베항을 피해 우회선적항을 찾고 있으나 모든 기업이 우회수송로에 몰리는 바람에 극심한 병목현상을 빚고 있다.
이같은 애로가 언제 해소될지 모르는 상황이 계속된다면 산업계의 손실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일부 도로가 개통됐지만 핵심적인 철도망이 복구되는데는 적어도 6개월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일본 정부는 공식적으로 당초의 성장목표 2.8%를 고수하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고개를 가로젓는다.심지어 일본 정부의 하시모토 류타로 통산상마저 『지진 이전의 예측이 실제로 유효한지 의문』이라고 말할 정도다.
金鍾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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