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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분석>일본 대지진 인프라 피해 왜 컸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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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전후(戰後)최대 인원의 목숨을 앗아간 일본 간사이(關西)대지진은 인명피해 못지않게 도로.항만등 인프라에도 엄청난 영향을 미쳐 이 지역을 물론 일본 전체의 산업.경제 활동에도 타격을 주고 있다.세계 최고 수준의 규모와 기술을 자랑하 던 일본의 인프라가 이처럼 맥없이 무너진 이유는 무엇일까.그 원인과 일본현지에서의 복구대책 등을 부분별로 점검,우리경제의 교훈(敎訓)으로 삼고자 한다.
[編輯者註] 관동대지진에도 견딜 수 있게 설계돼 절대 무너지지 않는다고 여겨졌으나 예상밖으로 피해가 컸다.구간별로 도로를떠받치고 있는 교각(橋脚)의 경우 지난 64년 니가타(新潟)지진때 무너진 후 31년만에 처음 붕괴되기도 했다.이번 지진에 는 특히 한신(阪神)고속도로에 피해가 집중됐는데 고베(神戶)선을 포함한 25개 도로에서 교각이 무너져 내렸다.한신 고속도로는 지난 64년 6월 개통된 총 2백㎞ 길이의 도로로 하루평균83만4천대의 차량이 지나는 곳이다.
지진에 대비해 매그니튜드(지진의 크기)8.1의 수평(水平)진동에도 견디도록 설계돼 있었으나 이번처럼 직하형(直下型)지진에는 약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신칸센(新幹線)의 경우 개통이래 최초로,또 최대 피해를 보았다. 72년 개통된 산요(山陽)신칸센의 경우 고베(神戶)市를 통과하는 新오사카~니시아카시(西明石)구간의 교각이 8곳이나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기초에서 콘크리트 구조물까지 모두 붕괴돼 복구하는데도 3~4개월이 걸리고 비용도 1천억엔 이상 이 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도카이도(東海道).산요등 재래선의 경우 선로가 구부러지고 교각이 무너지는가 하면 역(驛)건물도 손상이 심해 정상운행에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그러나 지진이 마침 열차가 움직이는 시간을 피해 일어나 차량전복으로 인한 인명 피해는 없었다. ***항 만 고베항을 둘러싸고 있는 해안벽(海岸壁)이 무너지고 컨테이너를 싣고 내리는 대형 크레인이 뒤집혀 모두 2백39개 버스(배를 대는 정박지)중 5개 버스만 이용할 수 있는형편이다.컨테이너 화물선은 버스가 복구될 때까지 고베항에 들어올 수 없다.
고베항의 포토아일랜드는 남동쪽의 컨테이너 야드에 황토색 물과함께 진흙이 넘쳐 제기능을 잃었고 롯코(六甲)아일랜드는 크레인이 뒤집히고 바닷물이 흘러들어 배를 댈 수 없게 됐다.
항만시설뿐 아니라 육지로 화물을 연결해 주는 후방도로도 대부분 피해를 입었다.지반이 갈라진 틈새로 진흙물이 뿜어나오는 바람에 도로는 온통 진흙밭으로 변해 차량운행이 거의 불가능한 상태다. ***전기.가스.수도.통신 현대 도시생활의 동맥(動脈)역할을 하는 전기.가스.수도.통신등 소위 「라이프라인」(생명선)이 고베市등 지진 피해지역에서 올스톱됐다.시민들은 외부의 긴급지원 없이는 최소한의 생활조차 이어나가기 어려운 형편이다.
가스관의 경우 지진직후 가스공급이 차단됐지만 관속에 남아있는가스가 계속 새나오는 바람에 목조주택을 중심으로 화재가 이어지고 있다.게다가 전화와 수도관이 끊기고 소방차가 들어갈 수 있는 진입도로도 막혀 한번 불이 나면 다 탈 때까 지 속수무책인경우가 많았다.
南潤昊기자 세계 최고수준의 규모와 기술을 자랑하는 일본의 인프라가 간사이(關西)대지진 앞에는 맥없이 무릎을 꿇고 만 원인은 무엇일까.
우선 도시지역에서 방재(防災)에 대한 대비가 부족했다.간사이(關西)지역은 지진에 관한한 안전지대라고 방심하고 있던 것이 피해를 키웠다.
일본 건설성은 지난 71년 처음 도입한 내진(耐震)설계지침에따라 건설된 인프라는 관동(關東)대지진이 다시 일어나도 안전하다고 자랑해 왔다.
그러나 이번 지진으로 세계적으로 가장 엄격하다는 일본의 안전기준도 아직 절대 안전하지는 않다는 것이 증명됐다.
이에 따라 건설성은 설계기준을 크게 강화하기로 하는등 후속대책 마련에 분주하지만 아직 구체적인 대안이 나오지는 못한 상태다.기준을 무작정 올리는 것만이 해결방법이 되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인프라가 전반적으로는 잘 갖춰져 있지만 부분적으로 낡은곳이 많은 것도 문제였다.
철도.도로.통신.가스.수도등 기초 인프라시설은 한곳만 피해를봐도 전체적으로 큰 부담이 오게 마련이다.이 때문에 약한 부분에 충격이 집중될 경우 전체적으로는 멀쩡해 보여도 사실상 쓸모없어지는 시설이 많아지는 것이다.
고속도로의 경우 최근 건설된 구간은 모두 튼튼한 新공법의 철골(鐵骨)구조지만 과거에 닦아 놓았던 구간은 부분적으로 철근 콘크리트를 사용했기 때문에 이번에 피해가 많았다.
주택에 나무.다다미등 인화성이 강한 건자재를 많이 사용하는 관습도 인명구조와 방재에는 마이너스 효과만 안겨줬다.
또 땅값이 비싸 건물 1층에 주차장을 넣기 위해 기둥수를 줄인 건물들도 대부분 폭삭 주저앉았다.
이와 함께 일본에는 지방자치가 잘 발달돼 상향식 행정이 정착돼 있는데 위기상황에서는 오히려 하향식 중앙집권형보다 비효율적이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한편 통신망의 경우 일반회선은 큰 피해가 있었지만 대기업들의전용회선에는 비교적 피해가 적어 기업을 하나로 묶어주는 통합 통신망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증명됐다.
NEC.마쓰시타(松下).三洋의 경우 도쿄(東京)본사와 전국의지사.지점및 사업장을 연결하는 전국적인 네트워크를 깔아 놓았는데 지진지역의 회선이 일부 끊겨도 다른 회선을 이용,신속히 대응할 수 있었다.그러나 이같은 통신시스템을 갖추 지 못한 미놀타등 일부 기업들은 본사와의 연락이 두절돼 대책 마련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昊〉 전체적인 복구계획보다는 시설물의 특성에 따라 개별적인복구대책이 속속 마련되고 있다.
고속도로의 경우 고베(神戶)선의 복구에만 1년이상이 걸릴 것으로 한신(阪神)도로공단은 예상하고 있다.무너져 내린 구간을 철거하는 것도 어렵지만 全구간에 걸쳐 안전진단과 보완공사가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지금으로서는 철거방법과 철거 과정에서의 안전사고에 더 신경을 써야 할 판이다.
또 고속도로 구조와 지반에 대한 조사도 함께 진행하기로 해 본격적인 복구공사가 시작되려면 앞으로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건설성은 철거와 조사작업이 끝나는대로 기존의 내진(耐震)기준을 크게 강화해 이에따른 설계를 토대로 복구공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운수성 소관인 항만의 경우 아직 피해규모가 정확히 파악되지 않아 복구대책이나 전망 자체가 불투명한 상태다.고베항을 이용해온 해운회사들은 복구에 6개월~1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은 복구기간중 고베(神戶)港에서 처리해온 화물 의 90%를도쿄(東京)항.오사카(大阪)남항.요코하마(橫浜)항을 이용해 분산 운송할 계획이다.
가옥이나 도심빌딩에 대해서는 복구대책이 아직 마련되지 못하고있다.복구에 앞서 우선 붕괴되지 않은 건물과 시설에 대한 대대적인 정밀 안전진단이 필요하기 때문이다.市당국은 진단결과 위험하다고 판단되는 건물은 과감히 철거하거나 보강공 사를 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또 지진에 대비해 지난 71년과 81년에 각각 개정된 건축기준법도 이번에 또 다시 크게 강화될 전망이다.현재 매그니튜드(M)7이상에서도 견딜 수 있게 설계하도록 정해져있는데 구체적으로 얼마나 더 강화 될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이와함께 전문적인 평가사들이 위험판정을 내린 건물은 곧 강제철거토록 하는 미국의 건축물 안정성평가제도를 도입하자는 여론도 나오고 있다.미국의 경우 지난해 LA지진때 1천1백명의 평가사가 동원돼 지진후 2주일만에 5만5천채의 건물. 가옥을 진단했다.
그러나 일본은 평가사제도를 시행하는 곳이 시즈오카(靜岡)縣.
가나가와(神奈川)縣뿐으로 이 제도를 본격 도입하더라도 전문 평가사가 크게 부족해 당장 효과를 거두기는 어려운 형편이다.
〈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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