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에서>과천청사의 불빛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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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요즈음 신문을 보면 각종 대형사고.세금비리.공무원 복지부동.
환경오염 등등 우리 사회가 온통 문제투성이인 것같은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물론 이와 같은 문제점 지적은 더 나은 사회를 향한 건설적인 비판으로서 발전의 토대가 된다고 믿 는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우리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대다수 선량한 시민.공직자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묵묵히 자기 맡은 일을 해나가고 있다는 측면을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본다.
얼마전 정부부처의 某서기관이 쓴 『과천청사의 불은 꺼지지 않는다』는 책 이야기를 새삼 하지 않더라도 필자는 25여년의 공직생활을 해오면서 대다수 공직자가 특별한 보상 없이도 밤을 지새워 일하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며칠전 가뭄대책 수립에 밤낮없이 뛰어다니다 과로로 쓰러진 농림수산부의 故김정룡(金正瀧)차관의 안타까운 순직은 무엇을 의미하는가.얼마전 야근식대가 부족한 가운데 몇달씩 계속되는 야근과격무속에서도 고충 한마디 없이 일해오다가 결국 유명을 달리한 한 파출소 경관의 일화는 무엇을 뜻하는가.
또 일부 과격한 근로자가 직장을 점거하고 있는 중에도 대다수근로자는 땀흘려 일해왔으며,또 그 얼마나 많은 기업가가 무한경쟁시대를 맞아 불철주야 경쟁력 강화에 고뇌하고 있는가.
우리 나라가 해방이후 50여년이라는 짧은 기간중 가난과 혼돈을 극복하고 민주화를 향한 격량을 잘 헤쳐오면서 경이로운 경제발전을 이뤄낸 것은 역시 묵묵히 일하는 대다수 우리 국민의 저력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제 세계화를 향해 우리 국민모두가 힘을 더욱 결집해 나가야하는 현 시점에서 잘못된 점은 과감히 비판하고 고쳐나가되 더 많은 좋은 점은 서로 인정하며 격려하고 칭찬하면서 우리사회의 총체적인 발전역량을 극대화해 나가는 것이 무엇보 다 중요한 과제라 생각한다.「고통은 나눌수록 작아지고,힘은 합할수록 커진다」는 우리 선현들의 지혜를 다시 한번 생각케된다.
〈재정경제원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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