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명품 창조를 꿈꾸다 ‘MK 야망’ 시동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1면

현대자동차가 8일 선보인 프리미엄 세단 ‘제네시스(GENESIS·사진)’는 정몽구(그림)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의 야심작이다. 세계시장에서 유럽·일본의 명차와 한판 승부를 벌이려 정 회장이 공을 들였다. 4년간 개발비 5000억원을 투입했다. 정 회장은 이날 “제네시스 출시로 현대차는 해외에서 프리미엄 브랜드로 성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가격은 4050만∼5280만원. 정 회장은 8일 저녁 서울 남산 하얏트 호텔에서 김영주 산업자원부 장관 등 각계 주요 인사 1000여 명을 초청해 제네시스의 신차 발표회를 열었다.

현대차, 세계 명차에 선전포고
프리미엄 세단 ‘제네시스’ 발표
레이더로 차간거리 자동 제어

8일 저녁 서울 남산의 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현대자동차의 프리미엄 세단 ‘제네시스(GENESIS)’ 발표회장. 제네시스를 바라보는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의 입가에 미소가 흘렀다. 제네시스가 ‘현대차=중저가 모델’이라는 설움을 단번에 날려보낼 것으로 정 회장은 확신하는 듯했다. ‘기원·창시·시작’이란 뜻이 담긴 ‘제네시스’란 브랜드 이름에도 정 회장의 이런 의지가 스며 있다. 특히 정 회장은 제네시스와 아우디 A8이 정면충돌하는 모습이 담긴 광고 제작을 진두지휘했다고 한다. 또 제네시스의 출시를 앞두고 완성차를 타 본 정 회장은 “마음에 든다. 이젠 벤츠도 두렵지 않다”고 평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제네시스의 경쟁력에 자신감을 갖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정 회장은 신형 싼타페 이후 2년2개월 만에 신차 발표회장에 나왔다. 정 회장은 제네시스의 개발단계부터 깊이 간여했다. 경기도 남양연구소를 수차례 방문하고 시험 차량이 개발될 때마다 시승도 여러 번 했다. 제네시스의 개발에 관여한 남양연구소의 한 연구원은 “2005년 8월 시험 제품을 보고 뒷부분이 작아 보인다면서 공간을 넓힐 것을 주문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수십억원을 들여 금형을 바꾸고 뒷부분을 키웠더니 훨씬 나아 보였다고 그는 덧붙였다. 제네시스를 뜯어 보면 현대차가 고급차란 이미지를 구축하려고 얼마나 노력했는지를 가늠할 수 있다. 레이더 센서를 통해 차간거리를 제어하는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곡선로를 주행할 때 전조등이 미리 진행 방향으로 비추는 어댑티브 헤드 램프, 롤스로이스에만 있는 하만베커사의 렉시콘 사운드 시스템 등이 제네시스에는 다 장착돼 있다. 세계의 고급 차량과 견주어 품질 면에서 크게 뒤떨어지지 않는 현대차는 그동안 중저가 브랜드란 이미지 때문에 해외시장에서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어왔다. 해외 소비자들로부터 ‘2%가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한편 해외 언론도 정 회장의 ‘제네시스 도전’을 비중 있게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 8일자는 “현대차가 프리미엄 브랜드로 도약하기 위해 품질을 혁신했고 제네시스가 경쟁 차종에 비해 1만 달러가량 저렴한 3만 달러대(추산)에 내놓으면 가격 경쟁력을 갖출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이 신문은 “일본의 도요타(렉서스)와 닛산(인피니티)처럼 독자적인 고급 브랜드를 사용하지 않고 현대 브랜드로 출시한다는 점이 아쉽다”고 지적했다.

심재우·한애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