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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近畿지방 대지진 현지표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성인의 날」을 포함해 14일부터 3일간 계속된 연휴끝을강타한 일본 긴키(近畿)지방 강진은 인명피해면에서 1천3백여명의 사망자를 낸 난카이도(南海島)지진에 이은 최악으로 예상되고있다. 진앙지인 아와지시마(淡路島)는 새벽 5시46분에 기습한강진과 16차례나 계속된 여진으로 건물이 불타고 가스가 새며 곳곳에서 사망자와 부상자가 속출하는등 전쟁터를 방불.
○…진도 6을 기록한 고베시의 여명은 아비규환으로 가득찼다.
십여초 동안 집등 건물이 심하게 흔들리면서 어두운 방안에서 가구가 차례로 넘어지고 건물이 힘없이 무너졌다.
『사람살리라』는 비명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나오는 가운데 정전이 계속됐고 신칸센등 시외는 물론이고 시내를 잇는 교통수단은 전면 마비됐다.
○…오사카(大阪)를 중심으로 한 긴키(近畿)지방은 지금까지 큰 지진이 없어 비교적 안전지대로 알려졌기 때문에 이번 지진은더욱 경악을 안겨주고 있다.
이날 강진으로 특히 고베(神戶)市의 경우 호텔 1층이 완전히부서지고 곳곳에서 화재가 발생,7명이 숨지는 한편 수십명이 부상했고 잇따른 여진으로 공포스런 분위기.
특히 검은 연기가 시내중심부를 뒤덮은 가운데 시민들이 곤히 잠든 새벽시간대에 지진이 발생,붕괴된 건물에 갇혀있는 사람들이생각보다 많을 것이라고 설명.
○…NHK방송은 오사카와 교토(京都),고베등지의 무너진 건물더미에 최소한 2백여명이 갇혀있다고 보도.
오사카와 고베를 잇는 한신(阪神)고속도로의 고가부분 3개소가떨어져 나가는 바람에 자동차를 몰고 가던 남자 2명이 숨진 것을 비롯,피해가 잇따르고 있다고 전했다.
또 이날 지진으로 열차탈선등 신칸센(新幹線)등 대중교통이 전면 마비됐으며 오사카의 간사이(關西)국제공항은 종업원들의 출근이 늦어져 비행기 이륙이 지연되고 있는 실정.
특히 고베시의 경우 NHK 고베방송국의 서가와 책상이 크게 흔들리는 정도였으며 20여채의 집이 붕괴되고 도로가 20㎝가량균열되는등 진앙지인 아와지시마의 이치노미야초(一宮町)와 쓰나초(津名町)는 전쟁터를 방불.
NHK와 일본 민방들은 이날 일제히 정규방송을 중단하고 지진속보를 보도하는 한편 신속한 피해복구를 위해 외부에서 피해지역으로의 전화를 삼가해줄 것을 당부.
○…빈번한 지진으로 방재태세가 갖춰져 있는 일본에서도 이번 경우처럼 엄청난 파괴력에는 관계자들조차 당혹해하는 모습.
진앙지인 아와지시마에서 피해자 구출작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책임자 사카모토 타케시도『내 생애 이같이 끔찍한 지진은 처음』이라며 치를 떨기도.
한편 지진전문가인 미조우에 메구미 동경대 교수는『당분간 강력한 여진(餘震)과 가스관 파괴로 인한 화재가 뒤따를 것』이라며주의를 촉구.
○…이번 지진은 그 피해 범위나 시민들의 불안감 정도에 있어사상 유례가 없을 정도.
일본 지진학회의 대변인은 『이번 지진은 말로만 듣던 빅원(Big One)에 가깝다』며 『피해규모는 엄청나게 커질 것』이라고 우려를 표시.
고베시 인근에 사는 한 주민은 『아파트 3층에서 자고 있다가흔들림에 잠이 깼다』면서 『마치 지옥으로 떨어지는 것 같았다』고 당시를 회상.
그는 『대형 TV가 넘어지면서 박살이 났고 주방기구와 유리창도 모두 깨졌다』면서 『전기가 끊어져 암흑속에서 아비규환이나 다름없었다』고 말했다.
한편 주민들은 이번 지진을 두고 『이전에 이같이 엄청난 지진은 겪지 못했다』고 치를 떨었다.
○…일본 정부는 이번 지진으로 인한 피해를 수습하기 위해 오자와 기요시(小澤潔)국토청장관을 단장으로 한 비상재해대책본부를설치해 긴급구조작업을 전개.
고베시에서는 소방대원들이 구조장비를 미처 갖추지 못한채 무너진 건물틈새로 들어가 부상자들을 등에 업고 나오는등 생존자 수색과 구조에 진땀을 흘리고 있으며 노약자들을 인근 학교건물이나심지어 인도등에 임시로 수용.
그러나 생존자들은 지진으로 인한 정신적인 충격에다 추운 날씨때문에 담요를 둘러쓰고 기진맥진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또 가족들의 생사를 확인하지 못한 시민들은 구조본부에 들러 발을 동동 굴러 주위를 안타깝게 하기도.
○…이번 지진으로 일본 경제가 크게 영향을 받는 모습.이날 아침 지진으로 인해 일본 경제가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우려때문에 달러가 99엔까지 소폭 상승.
또 지진피해 보상이 우려되는 대부분의 손해보험회사들의 주가가약세를 면치 못했다.
오사카의 주식시장은 개장을 무기한 연기하기도.
한편 일본 서부에 있는 두개의 정유공장과 유화업체들은 화재등의 우려로 공장가동을 잠시 중단하고 휴무에 돌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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