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피치] 조성민 다시 야구속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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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있어야 할 자린데 그가 보이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20일 야구선수 손혁과 프로골퍼 한희원의 결혼식장. 조성민이 보이지 않았다. 그는 손혁의 서른한살 동갑내기 단짝 친구다. 또 한희원은 물론 그 아버지와도 잘 아는 사이다.

결혼식이 끝나고 손혁의 친구들이 대학(고려대) 동기 홍원기의 집에 모였다. 김종국.김지훈.김선섭 등이 모두 모였다. 여전히 끈끈한 우정을 이어가고 있는 친구들이다. 자연스레 술자리가 만들어졌다.

"성민이는 어떻게 된거야? 오늘 안보이던데."

누군가 조성민의 안부를 물었다. 조성민은 이들 모임의 리더 노릇을 했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뜸해졌다. 2002년 심재학의 결혼식 이후 한번도 못만난 친구도 있었다.

홍원기가 전화를 걸었다. "모처럼 다들 모였다. 와라."

조성민의 대답은 의외였다. "가고 싶지 않다. 너희들끼리 놀아라"였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이번엔 홍원기의 부인이 수화기를 건네 받았다. 대학시절부터 친구의 친구로 지내는 사이다. "와서 기분전환이라도 해. 다들 보고 싶어하는데…."그래도 마찬가지였다. "난 아무래도 못가겠어. 미안해…." 조성민은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사실 그날 결혼식 직전 조성민은 미용실에서 조용히 손혁과 한희원을 만났다. 그 자리에서 조성민은 "미안하다", 손혁은 "이해한다"고 했다고 한다.

왜 미안하고 무엇을 이해한다는 뜻이었을까. 조성민은 좋지 못한 일로 세간의 이목을 끌고 있었다. 탤런트 최진실과 이혼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사업과 여자관계를 둘러싼 여러 소문이 그를 괴롭혔다. 지난해 4월에는 "다시 야구를 하고 싶다"고 프로야구 드래프트 신청을 했지만 연고지 구단 LG와 두산에서 모두 외면당했다. 야구 관계자들조차 그를 믿지 않은 것이다.

조성민은 자신을 둘러싼 이런저런 일들이 부끄러웠다고 했다. 그래서 공개석상에 나타나지 못했다. 친구들과의 만남도 꺼렸다. 그는 세상에 당당하지 못했다. 이런 심정을 친구 손혁에게 "미안하다"고 표현했고, 손혁은 그 마음을 이해하고 받아준 것이다.

그런 조성민이 '세상 밖으로'나왔다. 다시 야구를 하기 위해서다. 그는 이달 초부터 헬스클럽(서울 도곡동)에서 몸을 만들고 있다. 그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했다. 그리고 '결혼에 실패한 최진실의 전 남편'에서 벗어나 '야구선수 조성민'으로 살고 싶다고 했다. 그는 단 1년, 아니 단 한번이라도 마운드에 다시 설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사실상 마지막 도전이다.

그에게 다시 야구를 하겠다는 마음이 진지한 것이냐고 몇번이나 되물었다. 엄청난 절제와 규칙, 그리고 육체적 고통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는 "정말이다"라고 했다.

누구나 실수할 때가 있다. 실패도 한다. 중요한 건 그 실수와 실패에서 교훈을 얻고 다시 도전하는 것이다. 조성민의 이번 도전이 정말 진실한 것이라면 그는 결혼에서 얻지 못한 행복을 얻을 거라고 믿는다. 그 결과가 성공이냐 실패냐는 나중 문제고.

이태일 야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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