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銀 소액주주 어떻게] "공개매수때 팔면 단기수익 가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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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씨티은행이 한미은행의 주식을 80% 이상 공개매수하기로 결정하면서 한미은행 주주들의 대응이 관심이다.

23일 씨티은행이 밝힌 공개매수 가격은 1만5천5백원으로 지난주말 종가보다 3백원 낮은 수준. 그동안 국내 증시의 공개매수 가격이 시가보다는 높게 책정돼 왔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다.

이같은 공개매수 가격의 실망감을 반영해 23일 한미은행 주가는 5.06% 내린 1만5천원으로 장을 마쳤다.

◇소액주주들 어떻게 되나=씨티은행이 한미은행 지분 80% 이상을 공개매수하는 것은 곧 상장을 폐지하기 위해서다.증권거래소 정원구 상장공시부장은 "상장 규정에 따르면 1대 주주가 연말 기준으로 80% 이상을 보유하면 이듬해 3월 사업보고서를 낼 때 관리종목으로 지정되고,1년뒤에는 자동 상장폐지가 된다"고 설명했다.

아직 공개매수의 구체적인 일정은 나오지 않았지만 공개매수 승인요청이 받아들여지면 소액주주들은 45일간 공개매수에 응해야 한다. 물론 그대로 주식을 보유해도 되지만 씨티은행이 80% 이상 확보에 성공할 경우 유동성이 급격히 떨어져 주식을 처분하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될 수도 있다.

삼성증권 유재성 금융팀장은 "소액주주 입장에서는 공개매수가격 이하에서는 팔 이유도, 그 이상에서 살 기회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분경쟁 없이 장내 매수하는 만큼 45일간 3%(공개매수가/현 주가)만 올라도 단기수익으론 짭짤하다"고 말했다.

◇공개매수 성공할까=성공 가능성을 점치는 의견이 우세하다.

삼성증권 분석에 따르면 한미은행의 자산가치 대비 공개매수 가격은 1.5~1.7배에 이른다. 지난해말 자산가치는 주당 7천4백86원이며, 올해말 기준으로는 주당 9천2백81원이 추정된다는 것이다. 이 기준으로만 보면 주당 1만5천5백원의 공개매수 가격에는 프리미엄이 포함돼 있어 결코 헐값 매각은 아니라는 계산이 나온다.

우리증권 신성호 리서치센터 상무는 "1만5천5백원이라는 공개매수 가격은 상장폐지 성공 가능성을 따져 사전에 충분히 계산된 수준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왜 상장폐지인가=상장폐지는 미국 증시에서는 흔히 등장하는 인수합병(M&A)전략이다.

대우증권 구용욱 금융팀장은 "미국 기업들은 지주회사 체제를 통해 계열사를 지배하기 때문에 새로 인수되는 기업의 상장폐지는 예정된 수순"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씨티그룹을 비롯한 외국기업들은 글로벌 지주회사 하에 지역별 그룹을 두고 영업을 하면서 주가는 글로벌 그룹의 주가로만 평가받고 관리한다. GE 등 제조업체들도 비슷하다.

우리나라에서도 금융지주회사의 등장과 함께 우리은행.신한은행 같은 주식이 증시에서 사라졌다. 특히 2000년 이후에는 유사한 사례가 잇따라 쌍용제지.한국안전유리 등이 공개매수를 통해 상장폐지됐다. 이들 기업의 경우 소액주주들은 대부분 공개매수에 순순히 응했다.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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