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친,군명령권 회수 의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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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러시아 군에 대한 軍명령권을 파벨 그라초프 국방장관으로부터 박탈,옐친 대통령이 직접적으로 행사하기로 한 결정은 러시아 군에 대한 옐친의 장악력을 보다 강화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이는 또한 체첸사태로 이미 정계개편및 정국 불안요소가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옐친이 대화나 타협보다 물리력을 더 확실히장악함으로써 자신의 통치기반을 강화하려는 조치로도 이해할 수 있다. 따라서 조만간 러시아 군에 대한 개혁작업과 인사조치가 대통령령이나 내각의 결의를 통해 쏟아져 나올 것이다.
옐친은 우선 체첸작전과 관련된 군지휘관들을 문책하고 그라초프를 위시한 군 지휘부에 대한 광범위한 인사조치를 잇따라 취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정치적 부담이 되고 있는 그라초프에 대해서는▲舊 소련군무기의 체첸인도 결정에 대한 조사▲자신의 공습중지명령에 대한 이행여부▲러시아군의 부패.무능등을 들어 해임시킬 가능성이 높다. 이럴 경우 러시아군 수뇌부는 민족주의적이고 모험주의적인「아프간 인맥」장성들로 채워질 가능성이 높다.
또 이 과정에서 러시아 정계에 군부와 연계된 새로운 주도세력이 등장할 가능성도 높다.
파벨 펠겐하우에르나 알렉산드르 골츠같은 러시아 군 내부에 정통한 분석가들은 벌써부터 알렉산드르 레베디 14군 사령관의 부상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또 그라초프에게 강한 불만을 가졌던 보리스 그라모프 국방차관과 같은 인물들도 정치권과의 연계를 통해 전국적인 인물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일부 군부와 反 옐친파 정치세력과의 연합이 시도될 수도있다. 따라서 옐친은 군 개혁을 시도하면서 자신이 신임하는 알렉산드르 코르자코프 경호실장과 세르게이 스테파신 연방방첩부장등측근의 제안을 수용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金錫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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