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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구회장 부인이 떴다 Why?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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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2006년 8월 16일 정대선씨(오른쪽 셋째)와 노현정씨 가족이 서울 성북동 현대 영빈관에서 결혼 전 상견례를 마치고 찍은 사진. 정씨의 오른쪽이 이정화 여사, 그 옆이 정씨의 어머니 이행자 여사. 노씨의 왼쪽은 노씨 부모. [중앙포토]

 3일 오전 11시 서울 압구정동의 기아자동차 국내영업본부.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모하비’ 출시 행사에 하얀색 정장을 곱게 차려 입은 한 노년 여성이 입장했다. 직원의 안내를 받아 행사장 좌석 둘째 줄 모퉁이에 자리 잡았다. 모하비를 덮은 붉은색 장막이 벗겨지자 그는 활짝 웃음 지으며 오래오래 박수를 쳤다. 앞줄에 앉아 있던 정의선 기아차 사장은 행사가 끝나자 몸을 돌려 “어머니 감사합니다” 하고 꾸벅 절을 했다.

 재계 2위의 현대·기아자동차 그룹 정몽구 회장이 부군인데도 칠순이 가깝도록 공개석상에 모습을 보이지 않던 이정화(69) 여사가 기아차의 신차 출시회에 나왔다. 맏딸인 정성이 이노션 고문도 함께 했다. 회사 쪽에선 이 여사가 참석한 줄 모르는 사람이 많을 정도로 차분한 행차였다.

 그와 동행한 한 측근은 “아들이 2006년 사장 자리에 올라 ‘디자인 경영’을 내거는 등 열심히 뛰는 모습을 더욱 가까이서 격려하고 싶은 모양”이라고 설명했다. “아들에게 아마 큰 힘이 됐을 것”이라는 말도 했다. 정 사장은 1남3녀 중 막내다.

 이 여사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룹 임원들조차 출생지나 취미조차 잘 모른다. 실향민의 딸로 정 회장과 연애 결혼했다는 정도만 알려져 있다. 서울 숙명여고 출신으로 혼인 후에 조용한 내조 역을 자임했다. 손위 동서인 이양자씨가 1991년 지병으로 세상을 뜬 뒤 현대가(家)의 맏며느리 역할을 해 왔다. 2006년 8월 조카인 정대선씨가 결혼할 때는 손수 하객을 맞았다. 그의 아버지인 정몽우 전 현대알루미늄 회장이 90년 별세한 뒤에 부군 정몽구 회장과 함께 정씨를 아들처럼 돌봤다고 한다.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 생전에는 매일 오전 4시 이전에 일어나 서울 청운동 시댁을 찾아 시어머니 변중석 여사의 조찬 준비를 거들었다. 지난해 8월 돌아간 변 여사의 병수발도 그의 몫이었다.

 이 여사의 생활관은 시어머니 변 여사의 성품을 꼭 빼닮았다는 평을 받는다. “언제나 조심스레 행동하고, 겸손하고, 남의 눈에 띄는 일을 하지 말라”는 말을 곁에서 듣곤 했다는 것이다. 변 여사는 정 명예회장을 내조하며 현대라는 세계적 기업을 일구게 한 숨은 조력자로 평가된다. 이 여사 역시 2003년 해비치리조트 이사에 오르기 전에는 대외활동을 삼갔다. 부군과 집안 대소사를 묵묵히 챙겼다. 현대·기아차 그룹 홍보실과 비서실에는 이 여사의 사진이 한 장도 없었다. “공개석상에 통 등장하지 않아 사진 찍을 기회가 없었다”는 설명. 그는 해비치리조트의 지분 16%를 지닌 대주주이자 고문이다. 딸인 정성이 이노션 고문과 한 달에 한 번 정도 제주도 해비치리조트를 찾는다고 한다.

문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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