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통제사회에도 뇌물은 약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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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공산(共産)의 지상낙원을 가꾸겠다는 통제사회 북한에도 뇌물이있다. 최근 북한을 다녀온 방문객과 귀순자들은 두만강 국경초소말단의 하전사(下戰士)에서부터 당정 고위관리에 이르기까지 뇌물풍조가 짙어지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식량난등 어려운 살림살이에다 공산주의 경제체제의 내부 모순이심화되고 중국등으로부터 유입되는 외부 풍조등에 영향받아 사회에부패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북한 사회의 부패상은 「당일꾼은 당당하게,보위부원은 보이지 않게,안전원은 안전하게 해먹는다」는 유행어에서도 엿볼 수 있다. 북한 사회에서 뇌물수수가 은밀하면서도 가장 구조적으로 정착된 대표적 기관으로 노동당이 꼽힌다.
노동당 입당(入黨)은 북한사회에서 富와 권력을 보장해주는 보증수표인데 일반인이 입당하려면 인민위원회 위원장.군보위부장등을포함,평균 일곱군데에 뇌물을 갖다바쳐야 한다고 귀순자들은 증언한다. 뇌물수단으로 가장 인기있는 품목은 외제물품과 미국 달러다. 뇌물받는 상대가 당간부거나 무역회사 사장일 경우 크게는 벤츠승용차에서 외제 냉장고.TV,일제 맥주.양주.양담배등이 인기를 끌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뇌물의 종류와 분야에 따라 나름대로 협정가격이매겨져 있다는 것이다.
북한에서도 남한 못지않게 대학입시 경쟁이 치열한데 대학별로 입학에 따른 뇌물액수에 차등이 있다.
예컨대 인기가 다소 떨어지는 미술대학은 미화 1백달러면 되지만 인기있는 평양외국어학원의 경우 그 열배인 1천달러가 든다.
지역별로는 함북 회령.무산.온성과 평북 신의주등 중국과 국경을 접한 곳에서 뇌물수수 풍조가 만연되고 있다.
이곳의 상당수 주민들은 중국과의 국경무역.암거래를 통해 일반주민들이 부러워할 정도로 짭짤한 재미를 보고 있다고 한다.
이들은 국영병원에다 뇌물을 건네주고 몇달짜리 사회보장 진단서를 발급받은 후 밀무역에 나서며 골동품.경공업품을 취급해 연간수만원의 수입을 올린다는 것이다.
북한 주민의 월평균 임금이 60원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어마어마한 고소득이다.
최근에는 북한 각지 건설현장에 동원된 속도전 근로자들에 대한간부들의 노임 착복행위도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내외통신에 따르면 돌격대 간부들은 건설현장에 동원된 돌격대원에게 지급할 식량을 빼돌리는 것은 물론 노임과 「행표」착복을 공공연히 저지르고 있다.
행표란 북한은행이 담보한 일종의 어음인데 간부들이 월 1만원씩 지급되는 부식비 구입용 행표 가운데 5천원만 본래 목적으로사용하고 나머지는 갖가지 명목을 붙여 개인용으로 착복한다는 것. 〈崔源起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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