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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도시가살기좋은가>4.경제적 생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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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사람들은 살 곳을 발로「투표」한다.어떤 도시는 사람이 몰리고,어떤 도시는 사람이 빠져 나간다.도시로 사람이 몰리는 이유는시절따라 변한다.배고픔을 잊기위해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또 큰도시로 옮겨 가던 시절도 있었다.배고픔이 해결 된 지금,삶의 질을 좇아 「살기좋은 도시」로 사람들이 몰린다고 한다.돈,돈 하던 시절이 가고 깨끗한 물과 공기,애들을 잘 키울 수 있는 곳,평안한 곳을 찾게 된 것이다.
그러나 환경도 교육도 돈없이 안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그래서 여전히 돈 있는 곳에 사람들이 더 모여 산다.
◇경제력 비교=우리나라 도시중 어디에서 돈냄새가 가장 진하게날까.얼핏 머리에 떠오르는 곳은 서울이다.대부분의 장사가 서울에서 이루어지니 돈이 서울에 몰려 있는 것은 당연하다.그러나 뭉칫돈이라 해도 개인 몫으로 따져보면 그림은 조 금은 다르게 그려진다.
1인당 예산.재정자립도.취업률 등으로 개별도시에서 이루어지는경제활동수준을 가름하고,장바구니 물가와 25평형 아파트 전세값으로「실속있는」생활을 보여주는 지표로 삼아「풍요로운 생활」의 단일지표를 만들어 보았다.우리나라에서 가장 풍요 로운 삶을 누리는 곳은 서울(5위)이 아니라 진해(1위)와 과천(2위)이다.사람들이 많이 모여산다고,또 돈이 뭉치로 돌아다닌다고 개개인한테까지 그 몫이 돌아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눈을 좀더 넓혀 보면,돈을 벌려면 역시 서울이나 아니면 적어도 서울 근처에는 살아야 할 것 같다.풍요로운 생활을 영위하는 상위 10대도시중에 서울과 그 주변도시가 반을 차지하고 있고,상위 20대도시중 11개 도시가 수도권 도시들이다.아직도 돈이 중요하고,그것도 대부분 수도권에서 돌아다닌다는 얘기다. 풍요생활 10대 도시중에 수도권을 빼고 나면 나머지는 전부 영남권,그것도 경남에 몰려 있다.20대도시로 늘려 보아도 비슷한 모습이다.수도권 도시와 천안(11위).동해(17위)를 빼고나면 나머지 두개도시도 영남에 있다.60년대 이후 압축성장하는 과정에서 우리경제가 서울과 영남을 축으로 움직인 결과다.
지역불균형 개발의 산물이다.
경제적으로 가장「조용하게」지내는 도시는 어디인가.풍요생활 하위 10개 도시는 오산.동두천등 경기도의 군사도시,점촌.안동.
밀양등 영남의 중소도시를 빼고나면 4개도시 전부 호남에 있다.
경제개발도 되고있고 또 세월도 흘렀는데 호남 사정 은 여전한 것이다.경제적으로 가장 어려운 도시는 나주다.경제생활은 사람의움직임에 그대로 드러난다.서울주변도시의 인구증가율이 전국에서 제일 높게 나오는 것을 보면 아직도 많은 사람은 돈에 끌리는 모양이다(그러나 돈에 이끌려 서울로 몰려오다가도 집값이 올라가고 무엇보다 사람에 질려 서울시 시경계안의 인구는 최근 2년간오히려 줄었다.늘리려야 늘릴 곳이 없는 부산도 인구가 줄어들기는 마찬가지다).경기도에 속해 있는 도시의 평균인구증가율은 8% 가까이 된다.의왕시 는 36%나 되어 전국에서 최고고,인구증가율 10대도시중 7개 도시가 서울주변도시다.서울에서 넘쳐 흘러난 인구다.그외의 3개도시는 경산.구미.김해로 영남에서 공단을 끼고 있는 신흥도시다.
◇셋방살이=돈이 생긴다고 무작정 도시로 옮길 수는 없다.당장살 집이 있어야 한다.문제는 돈이 있어 사람이 몰리는 도시일수록 집값도 비싸다는데 있다.전세값도 따라서 비싸다.그래서 돈도벌고 편하게 살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전국 7 4개 도시중 전세값이 가장 비싼 곳은 서울이다.오죽하면 인구가 줄어들겠는가.
돈이 많은 도시가 전세값도 비싸게 마련이다.풍요 10대도시에포함된 서울.수원.부산.창원이 전세값 10대도시에도 들어있다.
20대도시로 넓혀보면 그림은 더 확실해진다.그 중에서 12개가수도권 도시다.서울이 비싸니 서울에 직장을 두 고 출퇴근하는 곳도 비쌀 수밖에 없다.
25평짜리 아파트 전세값은 1천5백만원부터 5천만원까지 다양하다.싼 곳도 있다는 이야기다.우리나라에서 전세값이 가장 만만한 곳은 태백이다.폐광 등으로 경제적으로 어렵고 또 사람도 빠져나가니 집값이 쌀 수 밖에 없다.다음으로는 여수 .삼척.여천등이 전세값이 싼 도시다.
대한민국 건국후 8년동안 실험해 본 지 35년만에 지방자치단체장 선거가 있다.많은 사람들이 가슴을 설레고 있다.민선시장이되면 할 일도 많고 하고 싶은 일도 많을 것이다.
문제는 여기서도 돈이다.지방재정을 보면 민선시장이라고 함부로새롭게 더 거두어들일 수 없게 되어 있다.시장이 바뀌었다고 도시살림에 더 보탤 것도 없고 덜 거둘 것도 없는 상태다.올해 입후보할 후보중에 가장 편안한 마음으로 출마할 후보는 누구고 가장 어두운 마음으로 출마할 후보는 누구일까.
***果川 세금도 최고 재정자립도(지방살림중에 지방에서 걷는돈의 비중)로 볼때 서울(98.6%)이 가장 살림이 탄탄하다.
불문가지의 일이다.그 다음으로 울산.안산.수원으로 이어진다.여기서도 부(富)의 편중은 심해 재정자립도 상위 10대도시중 수도권 또는 경기도 도시가 5개이고,나머지 5개도시가 모두 영남의 도시다.이곳에서 시장에 출마하는 사람들은 한번 크게 포부를가져 볼만하다.
재정자립도에서 제일 처지는 도시는 태백(23%)이다.지방살림을 위해 대부분을 중앙에 기대야 한다.여기에 점촌.나주.오산.
남원이 뒤따른다.재정자립이 어려운 도시는 대부분 대도시나 큰 공업단지로부터 떨어진 곳이다.1인당 지방세액으로 보면 과천(1배68만원)이 1등이다.그러나 이는 겉으로 드러난 수치고 실제로는 과천시 지방세의 대부분을 서울사람이 채워준다.과천경마장의마권세수입이 짭짤하기 때문이다.반면 지방세가 제일 덜 걷히는 도시는 태백(12만원)이다.과천의 14분의1 밖에 되지 않는 수준이다.태백처럼 지방세가 덜 걷히는 도시로는 삼천포.정주.김제가 있다.
한 도시의 풍요한 생활은 그 도시에 돈을 많이 벌어들이는 기업과 근로자가 얼마나 많으냐로 결정된다.따라서 지방재정이 좋지않다고 지금 시장(市長)들 잘못은 아니다.지방재정이 피폐해 있다면 그것은 그동안 중앙의 눈치보고,각종 규제를 움켜 쥐고 있고,기업을 불러들이기 보다 기업위에 군림했던 과거 모든 시장들의 잘못이요,게으름 때문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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