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최고 시청률 올린 재벌가의 암투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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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호 15면

2007년 최고 시청률의 일본 드라마는 결국 기무라 다쿠야 주연의 ‘화려한 일족’이 차지했다. 1년에 한 편씩 드라마를 찍으면서 거의 흥행에 실패한 적이 없는 기무라 다쿠야가 ‘일본 드라마 황제’의 진면목을 보여준 결과다. 일본이 쾌속 성장했던 1960년대를 배경으로 재벌가의 아버지와 아들이 벌이는 스케일 큰 드라마는 일본 시청자를 TV 화면 앞으로 불러모았다.

조원희의 일드열전 <12> 화려한 일족

코믹하거나 가벼운 드라마에서 인기를 얻었던 기무라 다쿠야가 선이 굵고 심각한 연기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드라마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이유는 뭘까. 60년대부터 베스트셀러 소설이었고 73년 이미 한 번 드라마로 제작된 원작의 힘이 강하다고 할 수 있다. 동명소설을 쓴 야마자키 도요코는 올 초 국산 드라마의 눈높이를 높여준 ‘하얀 거탑’의 원작자이기도 한, 선 굵은 대하소설로 시대를 풍미한 작가다.

60년대 일본 간사이 지방, 지방 은행의 구조조정이 이뤄지고 있던 당시 한신은행을 소유하고 있는 만표 다이스케와 그의 아들이며 동시에 철강업체의 사장인 장남 뎃페이 사이에 벌어지는 대결을 그린 작품이 ‘화려한 일족’이다.

고도성장기 재벌가의 암투라는 뼈대는 시청자에게 흥미로운 요소였다. 이뿐 아니라 자신의 아들이 사실은 부친과 자신의 아내 사이에서 벌어진 부적절한 관계로 태어났다고 생각하는 가장의 고뇌, 아내와 정부가 한 집에 사는 중혼의 묘사 등은 충격적일 뿐만 아니라 일본 드라마 특유의 기묘한 가족관계 설정이 그대로 드러나는 부분이라 할 수 있다.

국내에서도 방영된 ‘화려한 일족’은 점점 극장용 영화와 닮아가는 일본 드라마의 최신 유행과는 달리 성우의 내레이션과 자막으로 대하드라마적인 분위기를 잘 살려낸 고전적 연출이 빛나는 작품이다. 기무라 다쿠야를 비롯해 호연을 펼친 배우들 역시 2007년 최고 시청률의 드라마를 탄생시킨 공신이다.

‘웰컴 미스터 맥도날드’나 ‘사토라레’ 등에서 편안한 인상을 줬던 스즈키 교카가 사악한 인물 아이코 역으로 등장한 것 역시 시선을 끌었다.

■ 화려한 일족 = 10부작으로 2007년 1월 14일 TBS를 통해 첫 방영됐다. 올 초 국산 드라마의 눈높이를 높여준 ‘하얀 거탑’의 원작자 야마자키 도요코의 소설을 원작으로 평균 시청률 23.9%, 마지막 회는 마의 30%를 돌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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