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진출 이런점에 유의하라-예기치못할 문화적 장벽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8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보편적인 개업선물인 시계를 중국에서 비즈니스용으로 선물했다가는 낭패를 볼 수도 있다.중국말로 시계는「죽음」과 발음이 비슷해 불길한 것으로 통하기 때문.
중국에 진출한 외국기업이라면 회사의 행사 때 흰 색의 꽃을 쓰지 않는 게 좋다.중국인들은 흰색 하면 장례식을 연상하기 때문이다.중국에서는 또 식당에서 손님을 접대할 때 접대하는 사람이 정문을 보고 앉는다.정문을 보고 앉는 것은「내 가 지불하겠다」는 무언의 의사표시다.
중국의 이같은 문화적 특성은 중국에 진출하려는 외국기업들에 문화적인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중국 선양(瀋陽)탬브랜즈社의 앤서니 홀웨이 이사는 뉴욕 타임스에 기고한 글에서 오늘날 외국의 문화를 익히는 것은 기업으로선 필수라며 중국에 서의 체험을소개하고 있다.
생리대 메이커인 탬브랜즈가 중국에 진출한 것은 지난 87년.
탬브랜즈의 핵심제품인 탬팩스 탬폰스는 당시 스페인.러시아 등에진출,승승장구하고 있었다.중국에서는 그러나 사정이 달랐다.
경쟁상품인 위생패드를 깎아내리는 탬브랜즈의 TV광고는 공격적인 마케팅에 익숙하지 않은 중국 패드 메이커들의 반발로 도중하차해야 했다.
가장 큰 시련은 마케팅의 차질에서 비롯됐다.탬브랜즈의 야심적인 마케팅은 전국 1백10개 도시에 사는 12~14세의 소녀들을 타깃으로 했다.초경을 경험할 나이의 이들은 갓 태어난(?)고객들.포섭에 성공하면 평생을 갈 고객들이다.탬 브랜즈는 이미다른 나라에서 이들 연령층을 집중공략,성과를 거두고 있었다.
그러나 중국의 관습은 결혼도 안 한 소녀들에게 이런 제품을 마케팅하는 것을 용인하지 않았다.더욱이 많은 중국소녀들이 생리대에 관한 조언을 어머니에게서 구하고 있었다.이들이 공중화장실.기숙사.집에서 프라이버시를 보호받을 수 없는 현 실도 장애물로 작용했다.
90년 탬브랜즈는 판매거점도시를 사회적인 규제가 비교적 느슨한 40개로 줄이고 타깃을 젊고 학력이 높은 기혼여성으로 바꾸었다.이같은 전략수정에 힘입어 탬브랜즈의 실적은 꾸준히 개선되고 있다.
홀웨이는 또 만찬을 주최하고 중국인손님보다 먼저 자리를 뜨는우(愚)를 범한 미국의 한 회사 사장의 얘기를 들려준다.자리를뜨기 전 그는 손님들에게 긴급한 약속이 있다고 양해를 구하고 다른 중역들과 함께 디저트를 즐겨달라고 당부했 다.중국에서는 주최자가 자리를 뜨면 연회가 끝난다는 것을 몰랐던 것.모욕을 당했다고 느낀 중국인들이 즉시 돌아갔음은 물론이다.
〈李必宰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