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차 없다 ” “현금 달라” … 갈길 멀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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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연말 송년회에서 즐거운 시간을 지내다 보면 집에 갈 일이 걱정된다는 사람이 많다. 특히 여성들의 근심은 크다. 밤 늦게 귀가하는 여성을 노린 택시 강도가 종종 생겨 택시 타기가 겁난다는 여성이 적지 않다.

 서울시는 이런 시민을 위해 이달 초 ‘브랜드 콜택시’를 출범시켰다. 엔콜·나비콜·친절콜의 3개 콜택시 업체가 참여하는 ‘브랜드 콜택시’는 승객이 안심하고 택시를 이용할 수 있게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목표다.

 기자가 직접 브랜드 콜택시를 타 보니 기사들의 친절도는 상당히 높았다. 기사들은 손님을 맞아 도착지까지 친절하게 차를 몰았다.

하지만 일부 기사는 신용카드 결제를 꺼렸고, 여성을 위한 ‘안심 서비스’는 아직 부족했다. 연말 밤 늦은 시간에는 일부 지역에 택시가 부족해 이용자들이 한참 기다려야 하는 문제도 있었다.

 ◆안심 서비스는 제한적=브랜드 콜택시가 제공하는 서비스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안심 서비스’다. 안심 서비스란 승객이 원하면 택시 번호와 택시 위치 정보를 가족들에게 문자 메시지로 알려 주는 것이다. 서울시는 여성 택시 기사도 확보해 여성들이 안심하고 택시를 이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올 8월 서울 홍익대 앞에서 택시를 탄 여성 두 명이 택시기사에게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준 이후 나온 대책이다.

 그러나 기자가 실제로 이용해 본 결과 ‘안심 서비스’의 효과는 제한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 기사는 3개 업체에 172명뿐이어서 사전 예약이 아니면 만나기가 매우 어렵다. 택시 번호와 택시 위치를 가족에게 알려주는 서비스도 대부분 인터넷으로 사전에 예약을 해야만 이용할 수 있다. 인터넷으로 미리 시간과 장소를 정해 택시를 부르면서 전화번호를 지정하면 안심 서비스를 받을 수 있지만 전화로 택시를 부를 때는 서비스가 되지 않는다.

 ◆밤에 승객 몰리면 택시 부족=브랜드 콜택시가 내세우는 다른 강점은 ‘택시를 부르면 5분 안에 도착한다’이다. 하지만 연말 심야 시간대에는 이런 서비스가 잘 되지 않고 있다. 전화로 상담원과 통화한 뒤 택시를 기다리다 보면 “죄송합니다. 부근에 빈 차량이 없습니다”란 문자 메시지를 받기 일쑤다.

 3개 업체에서 운영하는 차량이 모두 합쳐 1만5540대에 그치다 보니 고객이 집중적으로 몰리는 시간에는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택시를 불러도 오지 않는다는 고객들의 불만이 서울시와 콜택시 업체에 많이 접수되고 있다. 일부 택시는 호출을 받고도 딴 손님을 태우거나 아예 호출기를 꺼 놓고 영업하는 것으로 서울시는 보고 있다.

 택시 요금을 신용 카드로 결제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요금을 신용카드로 결제하면 택시 기사가 2.4% 정도의 수수료를 부담해야 해 기사들이 카드보다는 현금으로 내 달라고 요구할 때가 많다.

 서울시 김경한 운수물류과장은 “심야 시간대 배차가 잘 되지 않는 문제처럼 시행 초기에 나온 여러 가지 민원과 지적 사항을 면밀히 검토해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주정완 기자

◆브랜드 콜택시와 기존 콜택시 차이=브랜드 콜택시는 고객의 호출을 받으면 위성항법장치(GPS)로 고객과 가장 가까이 있는 빈 차를 찾아 연락하고, 고객의 휴대전화에 차량 번호와 함께 안내 메시지를 보내 준다. 이런 첨단 차량 호출 방식을 이용하기 때문에 ‘5분 안에 도착’이 가능하다고 서울시는 설명한다. 브랜드 콜택시의 요금은 일반 택시와 같지만 요금이 1만원이 되지 않으면 호출비 1000원을 추가로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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