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배우 전도연, 침체 충무로에 '칸의 여인' 햇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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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MBC 대한민국영화대상 시상식. '밀양'으로 여우주연상 트로피를 받아든 전도연(34.사진)이 입을 열었다.

"감사하고 죄송합니다. (촬영 중이던) 지난해 이맘때는 죽고 싶고 도망가고 싶었습니다. 숨 넘어가기 직전 숨 쉬게 해 준 감독께 감사합니다."

전도연은 5월 제60회 칸영화제 여우주연상 수상 이후, 이와 관련해 총 7개의 국내외 상을 받았다. 제1회 아시아 퍼시픽 어워즈.청룡영화제.영평상.대한민국영화대상.디렉터스 컷 여우주연상, 대종상 특별상 등이다. 젊은 감독들이 수여하는 디렉터스 컷에서는 '해피 엔드' '인어공주' '너는 내 운명'에 이어 네 번째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그만큼 감독들이 신뢰하는 배우라는 뜻이다. 6월에는 옥관문화훈장도 수상했다.

전도연의 칸 수상은 침체일로인 충무로에 모처럼 반가운 뉴스였다. 한류로 한국 배우.스타들의 성가가 높아지고 있지만 세계 3대 영화제에서 주연상 수상은 20년 만의 일이다. 강수연이 '씨받이'로 1987년 베니스영화제에서 처음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데 이은 것이다.

전도연은 30대 여배우 중 가장 연기 폭이 넓고 다양한 캐릭터를 선보이는 배우다. 격정적인 불륜녀('해피엔드'), 순박한 시골 처녀('인어공주'), 에이즈에 걸린 다방 종업원('너는 내 운명')까지 폭넓은 소화력을 과시한다. 톱스타로선 꺼릴 법한 파격 노출, 숯검정 분장도 불사해 '독종' '근성의 배우'로 불리기도 한다. 유괴로 아들을 잃고 신에 귀의하지만 거기서도 절망하는 '밀양'의 신애는 그중에도 최고난도에 속하는 인물이었다.

전도연은 '밀양' 촬영 중 배필을 만나 3월 결혼했다. 2007년은 그녀에게 여러 의미로 최고의 해였다. 주가가 한창 치솟은 가운데 차기작은 이윤기 감독의 '멋진 하루'다. 작가주의 성향에 제작비 20억~30억원의 작은 영화다. 전도연은 개런티를 대폭 깎으며 참여한 것으로 전해진다.

양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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