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문화유적 무분별한 개발정책으로 훼손되는일 많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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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大田=金芳鉉기자]대전의 각종 문화유적들이 무분별한 개발정책으로 파괴되거나 훼손되는 일이 많아 이에 대한 대책이 요구된다. 대전목원대 이왕기(李王基)교수는 최근 발표한 「대전의 역사적 건축문화유산 보존을 위한 제언」이란 논문을 통해 『대전시의급격한 개발로 많은 문화유적이 다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대전시 유형문화재 9호인 대덕구읍내동74의 제월당(霽月堂)은조선 숙종때 대사헌을 지낸 송규렴(宋奎濂)의 별당으로 헌종 2년(1676년)에 건립됐으나 90년들어 도로가 나면서 토막이 나는등 거의 사라질 판인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대전시유형문화재 8호로 지정된 송애당(대덕구중리동115)도 80년대 후반 택지개발을 하면서 담장 앞뒤 좌우로 도로가나고 주변에 건물이 들어서 오히려 도시개발의 장애물처럼 됐다는것이다. 이곳은 조선효종때 좌찬성이었던 김경여(金慶餘)가 병자호란때 청나라에 굴종하는 것에 비분강개해 벼슬을 버리고 고향으로 돌아와 집을 짓고 북벌정책을 논했던 별당이다.
특히 조선시대 영남학파와 쌍벽을 이루던 기호학파 학맥의 본산인 대덕구송촌동지역은 대전시 공영개발사업단이 이곳에 택지개발사업을 추진하고 있어 조선조 성리학의 줄기 하나가 없어질 위기에처해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율곡 이이(李珥)를 학조로 받드는 기호학파는 사계 김장생→우암 송시열→동춘당 송준길→송애당 김경여로 이어지면서 크게 발전했는데 우암은 동구 소제동출신이고 송애당은 대덕구송촌동 출신이다. 시는 이곳의 이런 지역성을 무시하고 보물로 지정된 동춘당경계선에 거의 맞닿아 사선으로 지나는 도로를 계획하고 그 주위를 바둑판모양 시가지로 조성하기로 했다.
한편 李교수는 대전시에서 지정한 각종 문화유적은 모두 87군데로 부산(61).대구(75)등 다른 도시보다 많지만 급속한 도시개발로 이들 문화재가 파괴되는등 시의 문화재 보존대책이 소홀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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