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급격한 도시화가 새 활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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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좌담회에 참석한 전성흥 서강대 교수, 쑤하오 중국외교학원 교수, 이태환 한중싱크넷 회장, 캉룽핑 중국사회과학원 교수, 이근 서울대 교수(왼쪽부터). [사진=김태성 기자]

"한국 기업은 유사 이래 최대 규모로 진행되는 중국의 도시화 물결에서 새로운 투자 기회를 찾아야 한다. "캉룽핑(康榮平) 중국사회과학원 교수는 18일 중앙일보 중국연구소와 한중싱크넷이 공동 기획한 '한.중 신정부 출범과 변화하는 투자환경' 좌담회에서 중국 내 한국 기업의 미래를 중국 도시화 과정에서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중국에서 저임금 의존형 사업은 종말을 고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다음은 좌담회 요약.

이태환(이하 사회): 한.중 양국 모두 내년에 신정부가 출범한다. 내년에 한국이 주목해야 할 중국의 정책 변화는 무엇인가.

캉룽핑(이하 캉): 중국이 경제 '성장' 방식은 유지하되 경제 '발전' 방식을 바꾸기로 했다는 점이다. 성장은 추구하지만, 성장을 가능케 한 발전 방법을 바꾸겠다는 뜻이다. 과거엔 오로지 성장을 위해 저임금.환경파괴 등의 문제점은 모른 체했다. 앞으론 저임금에 의존한 성장은 희망이 없다. 또 환경 파괴를 대가로 한 성장은 용납되지 않을 것이다.

이근(이하 이): 중국의 정책 변화는 투자환경 악화로 받아들여진다. 한국 중소기업들엔 큰 타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캉: 노동집약적인 한국 중소기업은 구조조정이나 도태에 직면할 것이다. 중국의 중소기업 역시 상당수가 문을 닫을 것이다. 반면 지난 수년 동안 좋은 성과를 내온 한국 대기업들은 계속 중국 경제성장의 혜택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이: 한국 대기업이 성과가 좋았던 이유는 무엇인가. 현대자동차의 중국 내 경영은 어려워지고 있지 않은가.

캉: 한국 대기업이 중국에서 성공한 요인은 세 가지다. 첫째는 과감한 R&D 투자 등 높은 창의성을 보여주었다. 둘째는 현지화를 통해 중국시장 장악력을 높였다. 셋째는 각 기업 차원에서 중국 시장을 최우선시하는 전략을 취했다. LG나 삼성이 여기에 해당한다. 현대자동차는 이 세 가지 점에서 떨어진다.

이: 외자기업은 중국을 단순 가공무역 기지로 활용하던 것에서 점차 중국의 내수시장 공략으로 전략을 바꾸고 있다. 중국 토종기업과의 힘겨운 경쟁이 예상된다. 한국 기업은 어디에서 활로를 찾아야 하는가.

캉: 과거 한국 기업들은 중국에 투자할 때 자신이 무얼 할 수 있는가를 우선 따졌다. 자신이 하던 일을 중국에 와서 한 것이다. 이젠 이런 사고방식을 바꿔야 한다. 중국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가를 먼저 파악해야 한다.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느냐보다 중국의 시장 수요가 먼저다. 그런 측면에서 중국의 도시화를 주목하라고 권하고 싶다. 지금 중국에선 수억 명의 농민이 아주 짧은 기간에 도시민으로 바뀌는 도시화가 진행 중이다. 인류 역사상 이같이 짧은 기간에, 이처럼 대규모로 도시화가 펼쳐지던 시대는 없었다. 거대 도시화 과정에서 중국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가를 한국은 주목해야 한다.

쑤하오(이하 쑤): 지난 10월 중국 제17차 당 대회 정치보고에서 중국이 그 발전 성과를 세계와 공유하겠다는 '펀샹(分享)' 개념을 처음 사용한 것도 눈여겨봐야 한다. 한국 등 세계 각국과 중국발전의 경제적 실리를 함께 나누겠다는 취지다. 서로 '윈윈(win win)'하는 '호리공영(互利共榮)'이 강조된 것도 중요하다.

전성흥(이하 전): 펀샹이나 윈윈 등의 구호보다 실제 행동이 더 중요하다. 중국과 같은 대국의 행동은 자신의 의도에 관계없이 다른 나라에 전혀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동북공정 문제가 대표적이다. 중국의 대내 단결엔 효과적일 수 있지만 주변국엔 위협이 될 수 있다.

쑤: 중국은 과거 외교 목표를 세울 때 자신만을 위한 목표를 세웠던 게 사실이다. 이젠 중국이 어느 정도 발전했기 때문에 자신의 목표만을 고집해선 안 되고 주변국을 더 배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펀샹과 공영, 조화세계 건설은 중국이 남을 고려했기 때문에 나온 결과다. 이론상 중대한 변화다.

전: 중국이 주장하는 조화세계 건설의 전제는 현재 세계가 부조화.불공평하다는 의미가 아닌가. 미국 중심의 일극체제가 부조화스럽기 때문에 다극체제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으로, 미국의 일방주의에 대한 반대 전략으로 보인다.

쑤: 대국에 대한 중국의 외교 전략은 동반자관계 구축이다. 동반자관계는 어떤 대국과도 적대관계를 형성치 않으며, 대신 이익 협조, 안보상 평화를 추구한다는 의미다. 중국은 반미를 주장하지 않는다.

사회: 내년은 베이징 올림픽의 해다. 올림픽 이후 중국경제가 침체기로 접어들고 주가도 폭락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이: 중국 경제성장률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나 주가는 주의가 요망된다.

캉: 베이징 올림픽은 중국 경제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적어 문제가 발생치 않을 것이다. 주가는 완만한 상승 또는 조정기에 처할 가능성이 크다.

사회: 새로 출범하는 한국의 신정부에 바라는 바가 있다면?

쑤: 최근 한국에선 미국과의 관계 복원이 많이 논의되고 있다. 중국과도 계속 차원 높은 관계를 유지하기 바란다. 또 FTA와 같은 교류의 제도화가 구체적으로 논의돼야 한다. 동아시아 지역협력문제에 한국이 보다 많은 관심을 가져주기 바란다.

정리=신경진 중국연구소 연구원 , 사진=김태성 기자

<참석자>

이태환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한중싱크넷 회장(사회)

쑤하오(蘇浩) 중국외교학원 아태연구소 주임

캉룽핑(康榮平) 중국사회과학원 교수

전성흥 서강대 교수.현대중국학회 회장

이근 서울대 교수.서울대 중국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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