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스타들 연말연시 잦은모임에 섬.해외도피 늘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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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한대화(韓大化.LG)는 시즌때보다 요즘이 더 바쁘다.
여기저기 시상식에 참가하는 것이야 대부분 상을 받으러 다니는것인 만큼 그렇다쳐도 고교.대학 동창모임은 물론이고 자신을 후원해주는 사람들의 부름도 거절할 수 없다.외출이 잦다보니 지출도 클 수 밖에.프로야구 타자가운데 최고액(7천 8백만원)으로계약한 덕분에 가벼운 술자리의 계산조차 자연스럽게 자신의 몫이된다. 프로야구 스타플레이어들의 연말은 대부분 이런식으로 지나간다. 자주 만날 시간이 없다보니 1년간 대부분의 개인적인 약속이 한가한 연말연시에 집중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신의 의사와 관계없이 과음할때도 있고 친구만나느라 바빠 오랜만에 오붓한 시간을 기대했던 가족들에게 실망을 안겨주기 일쑤다.그러나 한대화의 경우처럼 자신에게 베풀어주려는 사람들의 정성을 거절할 수가 없어 약속장소에 참석해 자리를 빛내(?)줄 수밖에 없다.이같은 이유때문에 아예 도심을 벗어나 버리는 선수들도 있다.
매년 완도 근처의 「여서도」라는 작은 섬에서 번잡한 연말연시를 피해온 조계현(趙啓顯.해태)은 올해도 지난 16일 일찌감치섬으로 떠나 평온한 휴식을 즐기고 있다.22일엔 팀후배 이병훈(李炳勳)이 선배를 뒤따라 섬에 도착해 내년 1 월10일까지 같이 지내다 돌아올 예정이다.
『차라리 그렇게 해서라도 술자리를 피할 수 있으니 오히려 마음이 놓여요.』 어차피 많은 약속때문에 연말연시를 같이 지낼 수 없다는 것을 잘 아는 선수부인들은 이런 「생이별」을 오히려반가워할 정도다.
한대화도 연초에는 속세를 떠날 계획이다.3代째 천도교를 믿고있는 韓은 지난 85년부터 찾았던 경주 구미산의 천도교 수도원「용담정」을 찾아 열흘정도 정신수양을 하고 하산할 예정이다.
올해 LG를 우승으로 이끌어 더많은 약속과 술 자리가 보장된김용수(金龍洙)와 정삼흠(鄭三欽)은 아예 해외도피를 했다.
金과 鄭은 23일 부인을 동반하고 하와이로 출발했다가 이곳 저곳을 둘러보고 30일 귀국한다.
내키지 않는 자리에 할 수 없이 나가 술을 마시기보다 비용이많이 들더라도 여행을 하면서 부인에게 생색도 내고 몸관리도 할수 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그러나 바쁜 연말연시를 보낼수 있는 것은 스타플레이어들만의 전유물이다.
아직도 무명인 대부분의 프로야구 선수들에게 연말연시는 똑같이해가 뜨고 해가 지는,훈련에만 몰두해야할 평범한 하루일 뿐인 것이다. 〈金弘植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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