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를빛낸기업] 신기술에 미래 있다 … 쉼 없는 도전 그리고 성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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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 회장이 5월 브라질을 방문해 CVRD사의 철광석 광산을 둘러보고 있다.

현대제철 민간기업 최초 일관제철소 착공

 지난해 10월 현대제철이 국내 민간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일관제철소 건설에 돌입했다. 그 후 불과 1년여 만에 충남 당진은 현대제철의 현재와 미래가 공존하는 현장으로 바뀌었다. 529만㎡(약 160만 평)의 부지에 대형 덤프트럭 수십 대가 쉼없이 건설자재를 나르고 있고, 항타기 20여 기가 지반을 다지기 위해 분주하게 파일을 박고 있다. 내년 상반기에 연약지반 처리 등의 작업을 마치면 부지 조성을 끝내게 된다.

 그야말로 눈코 뜰 새 없는 한 해였다. 현대제철은 올 4월 룩셈부르크의 폴워스사와 고로 엔지니어링 관련 계약 체결을 시작으로 제철사업을 위한 주요 설비 계약을 마무리했다.

 같은 달 중국의 ZPMC 및 일본 스미토모상사 컨소시엄과 원료의 연속하역기 공급 계약을 했고, 5월에는 일본의 JP SPCO사와 제강설비 공급계약을 했다. 6월에는 독일의 우데사와 ‘코크스·화성 주설비 계약식’을 했다. 곧이어 로템 및 오스트리아의 지멘스-VAI 컨소시엄과 연산 800만t 생산 규모의 연속주조설비 공급 계약을, 9월에는 세계적인 후판공장 건설 엔지니어링 능력을 보유한 독일의 SMS-Demag와 후판설비 엔지니어링 및 주요 설비 공급계약을 각각 했다. 같은 달 삼성엔지니어링과 연산 1200만t 규모의 소결공장 설비 계약도 끝냈다.

 올해는 쇳물 생산을 위한 하드웨어는 물론 제철 원료 조달과 조업기술이라는 소프트웨어까지 함께 갖춘 한 해로 평가하고 있다. 특히 제철 원료 조달 계약과 제철 조업기술 제휴 과정을 보면 현대·기아차그룹 정몽구 회장의 철강에 대한 열정을 느낄 수 있다.

 정 회장은 올 5월 브라질을 직접 방문, CVRD사와 철광석 장기 공급 계약을 하는 현장을 지켜봤다. 여수박람회 유치활동이 최고조에 달했던 10월에도 캐나다를 방문, 정부 관계자들을 면담한 뒤 EVCC사와 유연탄 장기 구매계약을 체결하는 모습을 직접 참관하는 열의를 보였다.

 정 회장은 “최고 품질의 철강과 자동차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우수한 철광석과 유연탄의 확보가 중요하다”며 “자동차 소재와 부품의 품질 수준은 완성차 경쟁력과 직결되기 때문에 좋은 강판을 만들어야 좋은 차를 만들 수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이와 함께 현대제철은 이달 초 독일 티센크루프스틸과 ‘제철 조업기술 협력 계약’을 해, 세계 최고 수준의 고로제철 조업기술의 전수를 약속받았다.

심재우 기자

포스코는 5월 세계 철강사에 큰 획을 긋는 친환경 혁신제철기술인 파이넥스 상용화 설비를 준공했다.

포스코 미래산업 연료전지 생산 "준비 끝"

 포스코는 올 5월 차세대 제철기술로 꼽히는 파이넥스 상용화 설비를 준공했다. 이 설비는 석탄과 철광석을 용광로에 넣기 전 덩어리 형태로 가공해야 했던 기존의 고로 방식과는 달리 가루 형태의 철광석과 일반 유연탄을 그냥 투입해 쇳물을 만드는 제철 기술이다. 투자비가 적게 들고 제조원가도 낮출 수 있다. 원료를 덩어리로 만드는 과정에서 나오던 환경오염 물질도 크게 줄일 수 있는 친환경 공법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구택 포스코 회장은 파이넥스 준공행사에서 “세계 주요 철강사들이 대형화와 통합화를 통해 경쟁우위를 노리고 있고, 후발 철강사들의 도전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며 “남보다 빨리 기술을 개발하고 모방할 수 없는 일등 제품을 만들어 경쟁력을 강화해야 ‘글로벌 빅3’로 도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사업도 활발했다. 3월 멕시코 푸에블라 지역에 최첨단 설비를 갖춘 연산 17만t 규모의 자동차강판 복합가공서비스센터를 가동한 데 이어 9월엔 연간 40만t 규모의 멕시코 자동차강판 공장을 착공했다. 8월엔 베트남 호찌민 인근 붕따우성 푸미공단에 연산 120만t 규모의 냉연공장 건설에 착수했다.

 이와 함께 미래 신성장동력 사업으로 꼽히는 연료전지 사업에도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포스코와 한국전력은 8월 미래 청정에너지인 발전용 연료전지의 제조 및 판매, 연구개발 등을 위한 ‘업무협력 협정서’(MOU)를 맺었다. 2010년 말까지 경북 포항의 영일만항 산업단지 20만㎡ 부지에 연산 100㎿ 규모의 세계 최대 발전용 연료전지 생산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다.

 이 밖에 올해는 이 회장에게 기념비적인 해였다.

 그는 10월 국제철강협회(IISI) 정기총회에서 1년 임기의 회장에 선임됐다. 이 회장이 그동안 세계 철강산업에 비전을 제시하는 등 글로벌 철강인으로서의 리더십과 포스코 CEO로서의 경영성과 등을 높게 평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홍승일 기자

STX 그룹 중국 생산기지 꿈 이뤄

 

강덕수 회장(오른쪽에서 셋째)이 3월 ‘STX 다롄 조선해양 종합생산기지’ 기공식에서 첫 삽을 뜨고 있다.

STX는 올해 초 그룹의 운영 방향을 “꿈을 해외에서 이룬다”로 정하고 새로운 해외시장 개척과 글로벌 경영에 박차를 가했다. 특히 중국 내 선박 생산기지의 조기 안정화와 해외 에너지·자원개발 사업 확대 등 각 계열사의 핵심 역량을 결집해야만 가능한 ‘개발형 사업’이 그룹의 관심사였다.

 먼저 올해엔 중국 생산기지 건설에 첫발을 내디뎠다. 3월 중국 랴오닝성 다롄에서 ‘STX 조선해양 종합생산기지’ 기공식을 하고, 조선·기계 사업 분야에서의 글로벌 생산체제를 구축한 것이다. 이 생산기지는 내년 완공할 예정이다. 4월에는 아제르바이잔을 통한 해외사업 진출을 가시화했다. 현재 20㎿급 풍력발전소 건립, 이남광구 유전 개발 참여 등 다양한 분야에서 STX가 보유한 토털 솔루션을 제공해 아제르바이잔 경제 발전에 기여하는 동시에 이를 통해 ‘해외 개발형 사업’의 성공 모델을 만들어 가고 있다.

 또한 10월에는 세계 최대 크루즈 조선소인 노르웨이 아커야즈의 지분을 사들여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세계 최고의 원천기술을 보유한 유럽의 아커야즈 조선소, 세계적 생산효율성을 자랑하는 STX의 진해조선소, 앞으로 세계 조선산업의 최적임지로 떠오르고 있는 STX의 중국 다롄조선소 등 현재 세계 조선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3개 지역을 축으로 세계 최고의 조선업체로 발돋움한다는 계획이다.

 STX는 올해 STX 팬오션이 30억 달러 수출을 기록하는 등 ‘그룹 전체 100억 달러 수출과 260억 달러 수주 달성’이라는 뜻 깊은 성과를 이룩했다. 특히 STX 팬오션은 올해 국내 기업 최초로 싱가포르와 국내 동시 상장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또한 국내 최대 벌크선사로서 최대 호황기를 맞고 있는 벌크선 사업에서의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바탕으로 올해 역대 최대 규모인 매출 13조원, 경상이익 1조원을 달성할 전망이다.

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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