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트렌드] 뒤집어 보니 신나는 세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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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발상의 천재 앤디 워홀. 그에겐 달러도 팝아트를 위한 훌륭한 오브제였다. 역발상은 평범함 속에 파묻힌 진주를 캐내는 도구다. [일러스트=웰콤 아트디자이너 김한솔]

칼럼니스트인 월터 리프만(Walter Lippmann)은 이렇게 말했다.

“Where all think alike, no one thinks very much.” (모두가 비슷한 생각을 한다는 것은, 아무도 머리를 쓰지 않고 있다는 말이다.)
바야흐로 아이디어의 시대가 오고 있다.

사람들의 욕구가 다양해지면서 더 새롭고, 더 독특한 생각만이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최근 기업들은 너도나도 앞 다투어 대학생 아이디어 공모전을 개최하는 추세다. 광고에서부터 마케팅, 디자인까지 분야도 다양하다. 이들이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바로 30대 이상에서는 접하기 힘든 대학생들만의 감각적이고 톡톡 튀는 시각이다. 20대만의 독창적인 아이디어는 이들의 개성 있는 생활 속에서 나온다. ‘역발상을 권하는’ 이들의 일상 속으로 들어가 보자.
 
똑같은 강의는 가라

 한예종(한국예술종합학교)에 입학한 미술학부 1학년 학생은 모두 ‘충격과 모험’ 이라는 제목의 수업을 들어야 한다. 이 수업은 이름 그대로 충격과 모험을 느끼고 표현하는 수업이다. 수업을 듣는 모든 학생들은 한 학기 내내 이 주제에 대해 고민하고 연구해 나름의 방식으로 발표한다. 수업 제목만 주어질 뿐 과제 방식과 발표 형식 등에 대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은 없다. 따라서 이들의 발표는 대부분 퍼포먼스 형식으로 진행된다. 단순한 프레젠테이션에서부터 연극, 뮤지컬 등 어떤 실험도 가능하다. 발표 뒤에는 교수와 학생들이 모두 모여 토론한다. 미술학부의 한수나(22)양은 “학기 초부터 계속해서 무엇을 할까 고민이 많았다. 아이디어 싸움이다. 이 수업 덕분에 일상 속에서 어떻게 발상을 전환하고 표현할 수 있을까 생각하는 습관이 생겼다”고 말했다.
 
비슷한 옷은 싫다? 레이어드 룩

 “어디를 가도 다 비슷비슷한 옷들뿐이더라고요. 지난번엔 지하철을 탔는데, 저랑 똑같은 코트를 입고 있는 여자가 제 바로 앞에 서 있어서 다른 칸으로 바로 옮겼어요.” 이정은(이화여자대학교·23)양의 이야기다. 똑같음, 비슷함을 거부하는 세대들, 대학생들은 항상 새로운 패션을 창조해 낸다.

 요즘 대학생들은 레이어드룩(layered look, 겹쳐 입는 옷)에 푹 빠져 있다. 여름에만 입던 반팔 티셔츠를 장롱에서 꺼내 긴팔 티셔츠 위에 입는다는 발상, 부츠는 겨울에만 신어야 한다는 기존의 고정관념을 깨고 한 여름, 짧은 반바지에도 과감히 매치한다. 긴 옷과 짧은 옷을 섞어 입고, 원피스와 레깅스를 함께 입는 등 각자의 개성을 살린 패션을 선보이고 있다.

 참신한 UCC

 프리허그(Free Hug-모든 사람에게 사랑을 전하자는 뜻으로 길거리에서 포옹하기 운동)의 기원을 아는가. 명동이나 대학로에서 종종 볼 수 있는 이 운동이 세계적으로 확산된 데는 UCC의 역할이 컸다. 독특하고 재미있고 남과 달라야 사람들의 클릭을 유도하는 UCC야말로 인터넷상에서 역발상을 권하는 최대의 공간이다. 대학생들은 그들만의 톡톡 튀는 아이디어와 열정으로 UCC를 만들고, 이것으로 돈을 벌기도 한다.

 올해 BMW MINI(미니)와 글로벌 영화제 레스페스트가 공동 진행한 ‘R.P.M 공모전’에서 2등을 한 ‘Rewind&Refine’ 이라는 작품은 움직임의 역발상을 통해 세상의 고정관념을 되돌아보자는 취지를 가진 내용이다. 모두 뒤로 걷는 사람들 사이에서 혼자 앞으로 움직이는 주인공을 통해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를 묻는다. 애경그룹이 운영하는 인터넷 공간인 AK1525(www.ak1525.com)에서 제작한 수험생 응원 UCC는 책을 바닥에 ‘떨어뜨린 후’ 불길하다며 고민하는 수험생에게 책이 바닥에 ‘딱 붙었다’고 생각을 바꾸라고 조언하는 내용이다.
 
광고에도 ‘역발상’ 열풍

 ‘역발상’을 테마로 하는 TV 광고들도 속속 선보이고 있다. 하나금융그룹은 미국 팝아트의 거장 앤디 워홀을 활용해 “앤디 워홀처럼 다른 생각, 금융계에선 누가 하나”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역발상 광고 캠페인을 하고 있다. 공장에서나 쓰이던 실크스크린 기법을 미술에 차용해 그림에 대량생산의 의미를 부여하고 미술계의 패러다임을 바꾼 앤디 워홀처럼 하나금융그룹도 차별화된 혁신적인 금융상품과 서비스를 고객들에 제공하겠다는 ‘이노베이션 포 유(Innovation for you)’ 기업 철학을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SK에너지는 “생각이 에너지다”라는 내용의 역발상 기업 PR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자원 불모지인 대한민국에서 생각이야말로 가장 큰 원동력이자 에너지라는 메시지를 ‘거리는 창조의 유전, 시청 앞 광장은 열정의 유전, 도서관은 지식의 유전’이라는 카피와 함께 소개하고 있다.

 광고회사 웰콤 ‘영트렌드팀’ 조수현 (이화여자대학교 경제학과 06학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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