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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호연OB재계약않아 오리알 신세-타구단도 외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7면

프로야구 네번째의 1백승 투수 장호연(張浩淵.OB)이 상심의계절을 보내고 있다.매년 이맘때 구단과 연봉 협상을 하며 당돌할 정도로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던 張이 올해엔 선수 집단이탈의 주동자로 찍혀 자신을 불러줄 구단이 나타나 기만을 기다리는 신세가 됐다.
83년 데뷔이후 12년을 OB에서 지내며 1백2승을 거뒀다.
현역 투수 가운데 통산 다승 2위(1위 선동렬.1백41승)에 올라 있지만 OB측의 재계약 거부로 오갈데 없는 비참한 신세인것이다. 『연봉 7천5백만원에 내년이면 서른네살이 되는 투수를트레이드 시장에 내놓는 것은 사실상 야구를 하지 말라는 것이나마찬가지죠.』 張은 최근 자신을 트레이드에 내놓은 구단측이 야속하기만 하다.
자신보다 더 늙은(?)이만수(李萬洙.삼성),김성한(金城漢.해태)은 물론이고 팀 이탈의 책임을 함께 뒤집어 쓴 박철순(朴哲淳)도 선수생활을 계속한다는데『그들보다 후배인 내가 왜 프로야구를 그만둬야 하나.』張은 이런 생각을 할 때마다 억 울해서 잠을 이루지 못한다고 한다.물론 스스로 후회되는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다.매년 연봉협상 때마다 구단의 골머리를 썩였고 툭하면 바른 말을 잘해 구단 직원들과 마찰을 일으켰다.
그러나 아무리 반성을 해도 서운한 마음은 사그라들지 않는다.
자신을 사랑하는 팬들도 있고 무엇보다 투수로서 OB에 공헌한바 크다는 생각이 새록새록 서운함을 부추긴다.
92년 16승에서 93년 10승으로 내리막길을 걷기는 했지만1백승 이상을 거둔 투수를 올시즌(2승6패 방어율 4.52)부진했다고 이렇게 버린게 張으로선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다.
특히 정식 통보라도 받았으면 좋으련만 구단으로부터는 아직 전화 한통 없다는 사실에 인간적인 배신감마저 느낀다고 울분을 토한다. 『언젠가 본인에게는 통보도 하지 않고 2군선수를 자르길래 구단에 대신 따진 적이 있었는데 이제는 제가 그런 신세가 됐습니다.』OB로부터 계륵(鷄肋)같은 취급을 받고 어느 구단도선뜻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 장호연.독특한 개성과 궤변으로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했던 그에게 올겨울 바람은 더욱 차갑기만 하다. 〈金弘植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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