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합상영관들 "이젠 디지털로 보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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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가리키는 영어 단어에는 무비(movie).시네마(cinema)가 있지만 여기에 더해 필름(film)도 쓰인다. 그렇다. 영화는 필름에 찍어, 그것을 현상한 뒤 영사기에 걸어 스크린에 상영하는 게 전통이었다. 굳이 음반과 비교하자면 CD가 아니라 LP라 하겠다.

영화를 CD처럼 변환시킬 수는 없을까. 있다. 그게 바로 '디지털 영화'다. 바늘이 음반을 긁으면서 소리를 내는 LP처럼 전통적인 필름 영화는 화면이 떨리거나, 비가 오는 것처럼 줄이 생기거나, 음질이 고르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디지털 영화는 CD처럼 음질이 깨끗하고 필름에 흠집이 나지 않는 이점이 있다.

디지털 상영 방식이 일반 극장에 본격적으로 도입된다. 메가박스.CGV.롯데 시네마 등 국내 3대 멀티플렉스 체인들이 경쟁적으로 디지털 상영 시스템을 채택하고 있다. 메가박스는 지난 17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 자리잡은 메가박스 1관에서 '태극기 휘날리며'를 디지털로 시사했다. 반응은 좋았다. 전쟁 장면이 훨씬 현장감있게 다가온다는 평이었다. '태극기…'는 디지털 시사를 위해 필름을 홍콩으로 가져가 디지털 데이터로 바꾸는 작업을 거쳤다.

CGV도 서울 상암동 월드컵경기장 인근에 있는 CGV 상암 10관에서 지난 19일 영화 '어깨동무'의 디지털 시사회를 했다. 롯데 시네마도 디지털 영사 기계(DLP: Digital Light Processing)를 들여올 계획.

디지털 영화는 음질과 화질의 향상이라는 장점만 있는 게 아니다. 한 편에 2백만원 가까이 하는 프린트 현상 비용을 줄일 수 있다. 디지털 데이터만 옮겨가면 되기 때문이다. 할리우드 영화를 위성을 통해 미국에서 바로 한국으로 쏘아 한국 극장에서 상영할 수도 있다. 이전에는 비행기로 네거티브 필름을 공수해 한국에서 극장에 걸리는 수만큼 현상을 해야 했다.

문제는 아직 디지털 영사기 가격과 서버 컴퓨터의 비용이 4억~5억원의 고가라는 점이다. 상영관마다 이 비싼 시스템을 한 벌씩 들여놓기가 여의치 않다. 이 때문에 전 세계의 디지털 상영관은 아직 1백60여 개에 불과하다.

한국도 아직은 시험운영 단계다. 디지털 상영작을 손쉽게 보는 날은 좀더 기다려야 할 것 같다.

홍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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