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총장 직선제 6년의 功過-대학의 정치판化 부작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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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민주화 열풍을 타고 유행처럼 대학사회에 번진 총장직선제-.
『90년 국립대총장 직무대행으로 재직할 당시 장관을 설득해 총장직선제를 관철시켰던 것은 총장직선제가 대학의 자유를 성취하는 지름길이라는 생각에서였습니다.하지만 직선제 이후 학내 진통은 예상보다 훨씬 더 심각했습니다.』 총장직선제를 주장했고 그제도를 통해 선출된 국립대총장이기도 한 강원대 문선재(文善在)총장은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고 말한다.
『막상 해보니까 여기저기서 문제가 생겨났습니다.대학에 몸담고있는 사람으로서 부끄러운 이야기이기도 합니다만,선거결과에 승복하지 않는 폐단이 대학사회에서도 발견되었어요.직선제를 채택한 대학에「대학사회의 정치판化」「대학교수의 정치인化」 등 부작용이생겨났지요.』 文총장은 후보로 나선 교수들이 득표활동을 벌이는과정에서 학연.인연.지연을 동원하다보니 선거 이후에도「편가름」이 남아 사사건건 대학총장의 지도력을 약화시키는 직접적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했다고 개탄했다.
총장직선제의 후유증은 실제로 대학사회의 파벌조성을 넘어 대학의 근간을 뒤흔드는 수준에 이르기도 한다.91년4월 직선총장을선출한 강릉대는 반대파 교수들의 장기농성이 이어지다 급기야 교육부가 93년5월 대대적인 감사를 벌여 총장으로 부터 교수.교직원에 이르기까지 무려 1백76명을 무더기로 징계 또는 경고.
주의 조치를 하고야 해결의 실마리를 찾은 경우다.
또 올 2월 관선이사 파견사태에 이른 대구대의 장기농성 분규,총학생회.교수협의회등에 의해 2대에 걸친 총장퇴진 농성이 이어진 청주대 사례등은 총장직선제의 부작용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에따라 대학 민주화의 상징처럼 번져나간 총장직선제는 시행 6년만인 올 7월 한국대학교육협의회(大敎協.회장 金鍾云서울대총장)총회를 계기로 그 문제점이 공개적으로 표출되면서 폐지론이 본격 거론되었다.
당사자격인 직선 총장들에 의해 직접 제기된 직선제 폐지론은 교육당국과 뜻있는 대학인.여론의 지지폭을 넓히면서 올 9월 신임총장을 임명한 건국대의 경우 직선제를 임명제로 바꾸기도 했다. 그러나 평교수협의회등 교수사회를 중심으로 총장직선제를 옹호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총장직선제 찬성론은 『대학사회의 다양한 목소리를 담아낼 수 있는 가장 민주적인 제도』라는데 그 요점이 모아진다.
『총장직선제는 민주화투쟁의 산물로 교육당국과 재단에 집중돼있던 권한을 대학 제구성요소가 공유할 수 있도록 한 제도입니다.
민주화는 일사불란(一絲不亂)한 역사가 아니라 서로 다른 목소리가 뒤섞여 결론을 도출하는 진통의 역사임에도 한두번 의 과정에서 잡음이 있었다고 과거로 되돌려야 한다는 주장은 역사의 흐름을 거스르는 것입니다.』 성균관대 교수협의회장 양재혁(梁再赫.
동양철학)교수는 총장직선제가▲대학사회의 여론수렴▲대학행정의 공개로 비리척결에 기여한 제도라고 지적했다.88년 목포.전남대등을 시발로 퍼져나간 총장직선제는 94년 현재 1백31개 4년제대학중 절 반이 넘는 70개 대학이 교수 직선에 의한 선출제도를 채택하고 있다.이중 5개 사립대는 일반직원도 선거에 참여한다. 53%에 달하는 직선제 채택 대학의 비율보다 심각한 문제는 94년3월 공립으로 전환한 인천대학교를 제외한 모든 국.공립대학이 한결같이 직선제를 채택하는등 대부분 주요대학들이 각 대학 특성에 대한 별다른 검증없이 『시대상황에 편승해 총장직선제를 채택했다』는 점이다.
91년 국립대학 총장 임명절차를 「대학추천→장관제청→대통령임명」으로 바꾼 교육부도 이같은 병폐를 뒤늦게 깨닫고 大敎協측에개선방안 연구를 의뢰한 상태다.
〈權寧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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