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구조조정 진행실태와 과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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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무한경쟁시대를 맞아 많은 기업에서 사업구조조정 바람이 불고 있다.21세기를 담보해줄「高기술.高부가」사업을 붙잡아야 하기 때문.그러나 기술부족과 지나친 경쟁등으로 쉽지만은 않다.구조조정의 특징과 문제점,당국의 입장등을 알아본다.
[ 편집자註] 『살아남자니 남들처럼 사업구조조정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그러나 쉽지가 않군요.계열법인간 이해조정이 우선 힘들고 주주나 종업원들을 설득하는 일도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고급기술 부족이나 국내외 기업들과의 무한경쟁등도 구조조정의 큰 장벽이지요.』 그룹 모태(母胎)인 섬유업을 대신할만 한구조조정에 실패하면 낙오할 수밖에 없다는 위기감 때문에 90년대 들어 구조조정에 매달리고 있는 코오롱그룹의 오준희(吳俊熙)기조실 사장의 말이다.21세기 국경없는 경제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사업의「高기술.高부가화」를 꾀하지만 난관이 많다는 이야기다. 이같은 구조조정 바람은 코오롱뿐만이 아니다.내로라 하는 그룹기업들이 방식은 서로 다르지만 경쟁적으로 구조조정에 나서는형국이다.최근에는 정부의 세계화정책에 발맞추어 이를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70~80년대에 있었던 중화학공업을 중심으로 한 산업구조조정때와는「세계화」「고기술.고부가화」란 점에서 기본구도가 다르다.
사업구조조정 뿐만 아니라 조직개편등과 같은 경영구조 개편작업도왕성하다.대기업들의 구조조정은 중소기업들에도 연쇄적 파급효과를주고 있다.세계화시대를 겨냥한 구조조정 몸부림은「90년대는 21세기를 향한 구조조정의 시대」라는 말로 요약되고 있다.
◇번지는 구조조정=얼마전 세인의 관심을 집중시켰던 남산 외인아파트 해체폭파도 이를 맡았던(코오롱건설) 코오롱그룹으로 볼 때는 高기술 폭파사업 진출의 신호탄이었다고 볼 수 있다.
올해초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진통끝에 제2이동통신 제2대주주자리를 어렵사리 따낸 것도 같은 맥락이다.
삼성그룹은 최근 승용차 신규참여를 계기로 사업구조 조정을 한단계 높여 놓았다.3차례 구조조정에 나서 50개의 계열사를 흡수합병 또는 매각을 통해 24개로 줄이기로 하고 사업군을 전자.기계.화학.금융보험등 4개 소그룹체제로 개편했 다.또 영호남지역별 투자전략까지 마련했다.
현대그룹은 항공.전자.정유사업을 강화하고 있다.자동차에 자신을 얻은 현대는 차세대사업인 민항기 제조에 도전하면서 반도체와멀티미디어등 新가전투자를 늘렸고 철강참여도 꿈꾸고 있다.
대우그룹은 대우조선과 대우중공업을 합병해 대우중공업을 매머드화 했고 93년 대우통신의 반도체부문을 ㈜대우로 이관,반도체사업 참여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럭키금성은 92년부터 그룹 사업구조조정위원회를 운영할 정도고선경그룹은 정유업강화를 겨냥,유공에 투자를 집중했다.
공기업민영화나 부실기업정리등을 통한 국내기업인수.해외기업 매수합병 등도 구조조정의 방편으로 활용하고 있다.
◇구조조정의 방향=성장성이 크고 부가가치 창출능력이 큰 자동차.기계.전기전자.화학제품등 대부분 중화학공업에서는 고성장.고투자의 확장적 구조조정이 일어났다.반면 신발.섬유.완구.나무종이.음식료업등 대부분의 경공업과 고무플라스틱.조립 금속등 일부중화학업종에서는 저생산.저투자등 축소지향적 구조조정이 생겨났다.승용차.반도체.전자.정보통신.환경.유통.레저부동산.금융등이 미래산업으로 지목돼 구조조정의 타깃이 되고 있다.
형태적으로는 업종간 구조조정과 업종내 구조고도화,국내의 구조조정과 해외이전 방식등이 있다.
◇실패사례=여러가지 이유로 구조조정이 뒤죽박죽 돼버리거나 실패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피상적 상황인식,준비부족,급속한 국내외 환경변화 탓이다.신발.섬유.완구.목재업종에 속해있던 기업들이 대표적이다.
『40년 역사의 우리 1세대 신발산업이 구조조정을 외면했거나이를 추진하다가 실패한 대표적 케이스라 봅니다.잘 나가던 1백여 부산 신발업체 상당수가 소리소문 없이 사라졌습니다.불과 3~4년만의 일이지요.』 국제상사 한 간부의 지적이다.
일부 회사가 간신히 유통.건설등으로 돌아 선 것 말고는 대부분 주저 않고 말았다.
물론 90년전후 국제상사.태화등이 인도네시아에 16개 합작법인을 세우는등 발버둥을 치긴 했다.그러나 해외진출도 대부분이 이미 현지의 임금상승과 노동문제.제도변화등으로 재미를 못보고 있다. 섬유업체인 H社는 기술문제와 업계의 심한 경쟁에 밀려 구조조정에 실패한 케이스.고기능 공작기계사업쪽으로 전환하기 위해 일본.유럽등의 기술을 도입하려 했으나 여의치 않았고 자체기술 개발도 쉽지 않았다.기존 공작기계업계의 보이지 않는 반대움직임도 사업계획을 보류시키는 요인이 됐다.
◇잘 안되는 이유=사양업종의 경우 정부정책미흡과 업계의 준비부족이 걸림돌이다.따라서 제조업축소.서비스업 비대화현상이 생각보다 빠르다.중화학으로의 조정은 결정적으로「高기술」확보가 어려워 잘 안되고 있다.
또 좀 된다 싶은 사업에는 기술도 제대로 없으면서 지나친 참여경쟁을 벌이는 경우,때로는 신규참여를 막무가내로 막는 일등이모두 우리 산업전체의 구조조정에는 악재가 되고 있다.금융의 실패도 한 요인이다.금융배분이 하이테크개발이나 구 조조정을 뒷받침해주기 보다 사양산업 살리는데 더 매달린 경우가 많았다는 지적들이다.
특히 회사통합.사업정리등에 종업원이 반대하면 일이 잘 안 되고 질질 끌다 시간만 허비하는 한국적 기업문화도 장애요인이다.
***사양업종 대책 시급 ◇대응전략=「高기술확보」와 실효성 높은 사양화대책이 관건이다.
高기술확보를 위해서는 기술투자 절대액이 커져야 한다.이제 기술개발에 단순히 매출의 몇%를 투자한다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年 50억~60억달러인 국내 기술투자총액은 미국 GM社 한 곳의 개발비수준에 불과하다.
외형확장보다 자기분야에서 기술과 경영력을 한 단계 높이고 파고드는 전문화전략이 필요하다.구조조정에는 경영자는 물론 종업원이 같이 참여해야 성공한다.기업들의 무모한 경쟁이나 독과점적 참여제한등을 조정하면서 효율적인 구조조정의 틀을 제공하는 것은정부의 책임이다.
〈成泰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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