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복싱 노크 41세 교수 최병재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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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한손에는 핸드 피스(치아를 갈아내는 고속 회전기),다른 한손에는 권투글러브.현역 교수이자 치과의사가 험난한 프로복싱에 입문,화제를 뿌리고 있다.주인공은 연세대치대 최병재(崔秉在.41)부교수.
崔교수는 12일 문화체육관에서 개막된 94MBC미리노컵한국권투신인왕전 미들급에 출전했다.
전공을 한껏 살려 손수 만든 마우스피스를 끼고 경기장에 나온그는『권투가 좋아서 경기에 출전했을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며 애써 주위의 관심을 희석시키려고 하지만 호기심어린 관중들의 눈길을 피할수는 없다.『교수님들이나 학생 들에게 경기에나간다고 이야기도 하지 않았습니다.만약 1회전서 패배하는 것이알려지면 망신만 당하는데….』 崔교수는 가족에게도 출전 사실을숨겼다면서 혹시라도 동료 의사들에게 누를 끼칠까봐 걱정이 대단하다. 1m73㎝,70㎏의 훤칠한 체격의 崔교수가 복싱을 시작한 것은 연세대치대본과 2학년때부터.
스트레스를 한방에 날려 버릴 수 있는 복싱의 참맛에 매료된 崔교수는 4학년 가을까지 점심시간등 자투리 시간을 이용,샌드백을 두들겼다.인턴과 레지던트.군의관때 연구와 진료등으로 시간을내지 못해 잠시 글러브를 벗었으나 4년전 서초동 하얀손체육관(관장 金寶星.36)을 찾아 다시 글러브를 끼기 시작했다.하루 일과를 끝내고 오후 8시쯤 체육관에 도착,줄넘기와 섀도 복싱,스파링등으로 몸은 금세 땀으로 범벅이 됐다.
〈金相于기자〉 1주일에 두번씩 체육관을 찾으며 체력을 다져온 최교수는 자신감이 생겼고 이와 하는것이면 다른사람과 한번 겨뤄보고 싶다는 승부근성이 발동,프로복서의 등용문인 이번 대회에 과감히 출사표를 던졌다.
20여일전부터 매일1시간30분씩 맹훈련을 쌓으며 데뷔전을 준비해온 최교수는 포먼이 따로 있는것이 아니다. 40을 넘긴 나이에 3분4회전을 충분히 뛸수 있다면 포먼이나 다름없다며 어퍼컷만 작렬하면 이번에 1승을 올릴수도 있다고 자신감을 보인다. 최교수를 지도해온 하얀손체육관 김보성 관장은 아직 미숙한점이 많지만 잽과 스트레이트가 좋고 어퍼컷이 예리해 한번 기대해볼만하다. 복싱의 저변이 넓어진다는 점에서 최씨의 출전은 큰의미를 갖는다고 말한다.
나의 본업은 어디까지나 치과의사이며 복싱은 건강을 유지하기위한 수단일뿐 이라는 최교수는 이번대회에 나이가 많아 출전을 거부당할것을 우려해 후배인 최형준 연구강사의 이름을 빌려 링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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