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의원류를찾아서>4.마야의 首都 티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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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이른 새벽 수도 과테말라 공항을 이륙한 16인승 소형비행기는밀림 위를 한시간 정도 날아 플로레스공항에 도착했다.플로레스는거대한 호수에 둘러싸인 섬 위에 건설된 조그만 도시였다.
이곳이 코르테스가 마야 소탕 작전을 벌일때 패배한 마야인들이집결하여 약 2백년간이나 최후의 항전을 벌이다 1697년에 함락되어 마야 4천년역사의 종지부를 찍은 곳이다.
시내에는 붉은 지붕을 한 스페인식 건물들만이 즐비할 뿐 마야의 잔재란 찾아볼 수 없었다.
곧장 마야의 수도 티칼로 향했다.시 외곽을 벗어나자 태고의 밀림이 전개되었다.이따금씩 숲속으로 인디오들의 집이 보였다.
집이래야 말뚝을 촘촘히 박아 방 하나를 만들고 그 위에 풀로지붕을 인 움집이었다.
남루한 옷을 걸친 사람들이 무표정하게 서있었다.
갑자기 태고의 역사속으로 들어온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문명의 이기라고는 찾아볼래야 찾을 수 없는 이 정글 속에서 그들은 무슨 생각을 하며 살고 있는 것일까.
정글 속을 한 시간여 날아 티칼에 도착하였다.
사방에는 20~30m씩 자란 열대 우림의 거목들이 하늘에 닿을 듯 솟아 있을 뿐 유적이라고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안내인을 따라 정글속으로 들어갔다.
이름모를 새들이 지저귀고 가끔씩 작은 동물들이 숲속을 달리는소리가 났다.
커다란 나뭇가지에서 뿌리가 내려 밧줄처럼 늘어진 것도 있었다. 흡사 영화속의 타잔이 된 것 같은 기분이었다.
어두컴컴한 정글 속을 몇십분을 걸었는지 윗면이 평평한 피라미드가 눈에 들어왔다.부근에 비석과 제단이 있었다.
오랜 세월 비바람에 마모된 비석에는 사람의 모습과 동물의 머리모양을 한 무늬들이 줄지어 새겨져 있었다.
그 문양들이 마야의 신성문자며 이 피라미드가 서기 731년에세워진 것이라고 했다.
마야인들은 기원전 3113년8월13일을 기점으로 하여 모든 역사를 정확하게 기록해 놓았기 때문에 비석에 문자가 남아있는 한 연도의 계산에는 문제가 없지만 신성문자는 해석 방법을 잘 몰라 절반정도밖에 해독할 수 없다고 한다.
정글속을 걷다보니 이곳저곳에 피라미드와 궁전들이 보였고 방치된 제단들도 널려 있었다.
티칼이 기원전 6세기부터 마야의 중심이 되기 시작하여 기원전8세기에 문명이 절정에 이르렀는데,그 시절에 건조된 유적들이 이 일대 60여 평방㎞에 산재해 있다.
이 일대 전부를 조망할 수 있다는「4호 신전」으로 갔다.「4호신전」은 완전히 정글로 뒤덮여 있었다.
몹시 가파른 언덕을 나무뿌리를 잡으며 50여m 올라가니 신전의 중턱이었다.
하늘 끝까지 그야말로 나무숲의 바다(樹海)였다.60여m의 위용을 자랑하는 1호신전과 2호신전이 지평선에 보였다.
***길이 60m되는 신전 『정글을 모두 제거해버리고 나면 이곳에 그 옛날 번영했던 티칼이 고스란히 드러날 겁니다.』 안내인은 1호신전과 2호신전이 있는「중앙광장」으로 가자고 했다.
광장을 중심으로 하여 동서로 60여m나 되는 거대한 신전이 우뚝서있고 남북으로 웅장한 석조건물들이 늘어서 있었다.
그 옛날 광장에서 군중집회가 열렸을 것이고 신전 위에서는 살아있는 인간의 심장을 도려내 신에게 바치는 성스러운 인신공양의식이 거행되었을 것이다.이곳에서 동서남북으로 뚫린 마야의 대로를 통해 전국으로 전령이 하달되고 지방의 물자가 운반되었을 것이다. 그러던 티칼이 서기 900년에 와서 갑자기 종언을 고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광장에 널려있는 비석들은 당시에 영광을 누리던 왕들의 위업만을 암시할 뿐 그후 마야인들의 행적을 알리는 흔적은 어디에도 남아있지 않다고 한다.
***비참한 마야의 後孫 『스페인왕의 포교령을 받들어 1549년 이미 정복된 마야 땅에 온 란다(Diogo de Landa)신부는 나무껍질에 적힌 원주민들의 교리집을 모두 모아 불태워버렸답니다.
지금 남아 있는 것은 용케도 그때 화를 면했던 교리집 4권이지요. 그것으로 지금 마야 문자의 해독법을 연구하고 그 옛날 번성했던 마야의 천문학을 짐작하는 것이지요.』 마야인들은 오늘날과 같은 3백65일을 1년으로 하는 달력을 사용하였고 금성과화성의 주기는 물론 목성이 황도대를 도는 연도와 날짜까지 정확하게 계산하였다고 한다.
그때까지 철기문명을 모르던 마야인들이 수레도,가축도 없이 먼곳에 있는 석재를 어떻게 운반하여 이토록 웅장한 석조건물을 세웠던 것일까.
티칼일대의 정글속에 흩어져 사는 마야의 후손들에게 그 역사의비밀을 묻기에는 그들의 현실은 너무나 비참하다.
의료혜택과 의무교육은 고사하고 호적도,주민등록도 없는 이들은인디오가 절대다수라는 이 나라에서 조차 적어도 법률상으로는 인간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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