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Bs] 오리온- 모여라, 애들처럼 잘 노는 사람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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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4면

오리온의 젊은 사원들이 서울 문배동 본사에서 포즈를 취했다. 왼쪽부터 한현정·최석·오보연·이지은·방상훈씨. [사진=안성식 기자]

㈜오리온은 1956년 서울 문배동에 문을 연 동양제과가 모태다. 훗날 국민 과자가 된 초코파이를 1974년 출시해 국내 대표 제과업체로 자리매김했다. 포카칩·고래밥·초코송이 등도 히트 상품.

오리온 그룹은 2001년 동양그룹과 분리했다. 그룹 전체를 책임지는 담철곤(52) 회장은 동양제과를 설립한 고 이양구 전 명예회장의 둘째 사위다. 그의 부인 이화경 사장은 베니건스 등 외식사업을 하는 롸이즈온, 케이블 방송 온미디어 등을 경영한다. 2001년 이후 ㈜오리온을 비롯한 오리온 그룹 16개 계열사는 영화 제작(쇼박스)·엔터테인먼트(미디어플렉스)·복권(스포츠토토) 등 다양한 신성장 사업을 발굴해 힘을 쏟았다.

오리온은 제과업종에선 발빠르게 해외시장을 개척했다. 올해 국내 매출(5500억원 예상)의 절반 가까운 2500억원을 해외에서 벌어들일 전망.

◆해외 인력이 더 많다=오리온의 정식 직원은 2200여 명이다. 그런데 중국 법인에 이와 비슷한 규모인 2000여 명의 직원이 있다. 러시아(1000여 명)·베트남(700여 명)의 직원을 합치면 해외 법인의 직원 수가 한국 직원의 두 배에 가깝다. 제과 업체 중 일찍이 해외로 뛰쳐나간 것과 무관하지 않다. 70년대부터 중동 시장에 껌 등을 팔았다. 90년대 들어 본격적으로 해외 진출 전략을 짜면서 해외 공장을 세워 나갔다. 96년 중국 베이징 인근에 해외 첫 공장을 지은 이래, 오늘날엔 중국에 세 곳, 러시아·베트남에 한 곳씩 공장이 있다. 이들을 발판으로 60여 개국에 50여 가지 제품을 수출한다.

자연히 해외 근무 기회가 많다. 백운하 상무는 “동남아와 미국 시장을 적극 개척할 계획”이라며 “해외 근무를 원하면 자격을 따져보고 널리 기회를 줄 방침”이라고 말했다.

◆일하는 즐거움이 중요=오리온의 경영철학은 ‘3F’로 요약된다. Fun(즐거움), Fair(공정성), Future(미래 지향)다. ‘펀’이 3대 덕목에 들어간 것이 이채롭다. “아이들과 젊은 여성이 주요 고객인 과자 회사인 만큼 직원들이 즐겁게 일하면서 상상력을 발휘해야 좋은 제품을 만들 수 있다”는 설명이다. 오리온은 2003년 서울 문배동 사옥을 리모델링할 때 5층 옥상에 ‘펀 스테이션’을 만들었다. 고급 카페를 연상케 한다. 나무 정원이 펼쳐지고, 휴게실에는 오락기가 비치됐다. 만화책이 잔뜩 널린 만화방도 있다. 오후에 일이 지겨워질 때 가끔 이곳에 올라온다는 황희창 차장은 “서성거리며 커피 한잔만 해도 기분이 나아진다”고 말했다. 오리온 임원들은 10대 신세대의 유행을 따라잡기에 몰두한다. 매달 여는 ‘체험, 트렌드 따라잡기’ 행사가 요긴하다. ‘압구정 텐트바 체험’ ‘보드게임 대회’ ‘마술 따라하기’ ‘록 볼링장 체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경험한다.

◆학벌·인맥 따지지 않아=허광회 인사팀장은 ‘과자는 비교적 쉽게 만들 수 있다’는 선입견 때문에 안타깝다고 한다. “자라나는 아이들이 주 소비층이라 영양 성분과 식품 안전성에 민감합니다. 의학·생물학·식품공학을 전공한 인력도 다수 필요하지요.”
 
3대 경영철학의 하나인 공정성은 인사 제도에서 특히 강조된다. 지연이나 학맥을 따지지 않는 풍토라 40여 명의 임원진 출신 대학이 제각각이라는 설명.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가 많지 않은 것도 특징이다. 허 팀장은 “해외 법인장 중엔 고졸 임원이 있을 정도”라며 “입사 후 노력하면 기회를 얻는 회사”라고 말했다.

드물게 남성과 여성 신입사원의 임금 격차를 없앴다. 다른 기업은 군 복무 기간을 경력으로 간주해 호봉을 더 쳐준다. 이 문제는 사실 민감한 사회적 이슈다. “철저하게 회사 내 성과를 바탕으로 평가하고 대우하겠다는 취지”라는 설명이다.

창사 후 반세기가 넘은 회사지만 직원의 평균 근속연수는 7년이 조금 넘을 정도로 짧은 편이다. 직원 평균연령도 34세다. 1500여 명이나 되는 영업직원이 젊은 데다 자주 바뀌는 편이어서 그렇다는 설명. 반대로 9월 대표이사로 취임한 김상우 사장을 비롯한 임원진 대부분은 20년 안팎을 오리온에 몸담아 왔다. 김태욱 홍보팀장은 “역사가 긴 과자 회사라 조직문화가 보수적일 거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실제론 활기차다”며 “개성이 강하고 에너지 넘치는 젊은이들이 많이 지원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임미진 기자

신입사원
자기소개서는 자세히
면접은 적극적으로

오리온 연구기획팀의 오보연(26·사진)씨는 지난해 5월 경력사원으로 입사했다. 담당은 제품 영양설계. 신제품을 만들 때 단백질·지방·탄수화물 등의 영양소 비율을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 칼슘·무기질 등은 얼마나 넣을 것인지 등을 주로 고민한다. 몸에 나쁜 첨가물을 빼는 것도 그의 일이다.

“예전엔 과자를 만든 다음에 영양소가 얼마나 들어갔는지 쟀는데, 요즘엔 미리 면밀히 따지지요. 건강과 웰빙이 워낙 중요한 이슈다 보니 그렇게 된 것 같아요.”
 
그는 이화여대 식품영양학과를 3점대 초반의 학점으로 졸업했다. 보통 대학원을 나와야 연구직을 하는 게 보통인데, 오씨는 급식회사 근무 경력을 인정받아 연구원으로 뽑혔다.

오씨와 오리온은 원래 인연이 있다. 중학교 때 러시아로 발령이 난 아버지를 따라 그곳에서 2년간 살았다. 현지에서 러시아 사람들한테 초코파이가 인기를 끈 모습을 봤다. “해외에서 선전하는 한국 기업을 보고 자랑스러웠어요. 면접 때 이런 기억을 이야기한 것이 좋은 반응을 얻은 것 같아요.”
 
가끔 구내식당에서 담철곤 회장을 마주칠 때마다 ‘기업 문화가 참 자유롭구나’ 하고 느낀다고 했다. 기업주가 직원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리고 식사하는 것이 좋아 보였다. “젊은 직원들이 자기 생각을 자유롭게 토로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마음에 든다”는 소감.
 
오리온에 관심 있는 이들에게 “적극성을 강조하라”고 조언한다. 자기소개서 여백을 꼼꼼히 정성스레 채우고, 면접 때 하고 싶은 일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게 좋다는 것이다. 그는 “오리온은 ‘과자 회사’가 아닌 ‘건강 기업’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이런 작업에 이바지하고 싶다”고 말했다.

Q&A
한 해 40~50명 부서별로 수시 채용

Q: 내년 채용 계획과 시기는.

A: 한 해 채용 인원은 40~50명. 수시 채용이 원칙이다. 부서별로 필요 인원이 생길 때마다 취업 포털을 통해 공고를 낸다.

Q: 온미디어·쇼박스 등 계열사에서 일할 기회는.

A: 채용 및 인사 제도는 계열사마다 따로 운영한다. 드물게 파견 근무를 하는 직원도 있다. 희망자가 있으면 적극적으로 고려할 수 있다.

Q: 대졸 초임과 복지 제도는.

A: 대졸 초임은 연봉 2700만원 정도로 제과업계에선 높은 편이다. 기본적인 복지제도 외에 1인당 연간 50만원 수준의 문화비를 지원한다.

Q: 국내 과자 시장이 성숙기라는데.

A: 해외 시장이 커져 성장 가능성이 크다. 국내 시장에선 고급 제품 위주로 갈 것이다.

Q: 회사의 연륜에 비해 제품 구색은 많지 않은 것 같다.

A: 신제품을 많이 내기보다 장수 제품 만들기에 주력한다. 한 해 신제품은 5~10개 정도다. 대신 주력 상품은 끝까지 민다. 1980년대에 초코파이의 아류 제품이 많이 나왔지만, 당시 화제가 된 ‘정(情) 마케팅’을 강하게 밀어붙이면서 ‘초코파이는 오리온’이라는 인식을 심었다.

임미진 기자, 사진=안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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