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연속 사고로 國格 急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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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최근 한국(韓國)건설업체들이 해외 건설공사 입찰에서 잇따라 떨어지고 있다.태국(泰國)유류저장기지건설 기술심사에서 미끄러지더니 엊그제는 말레이시아 新국제공항건설 입찰에서도 탈락했다.특히 말레이시아件은 내로라하는 우리 업체들이 최저가 격 1,2위에 올랐는데도 낙방하고 대신 일본(日本)업체에 낙찰됐다는데서 충격이 크다.이런 사태를 두고 성수대교 붕괴사고의 부정적 영향이 드디어 해외에서도 나타난 것이라고 말하면 틀릴까.아마 틀리지 않을 것이다.
성수대교 붕괴사고는 우리 건설업체들이 급성장하는 아시아 건설시장을 놓고 선진국 기업들과 자웅(雌雄)을 決하는 시기에 발생했다는데서 당초부터 국제입찰에 끼칠 악영향이 걱정스러웠다.아시아 각국이 금세기 말까지 인프라 건설에 쏟아 붓는 돈은 2兆달러를 넘는다는 예측이 있을 정도로 지금 아시아는 건설붐이 일고있다.이런 추세때문에 우리의 해외건설 수주(受注)도 아시아에 집중되고 있다.90년 계약액이 7억달러에 불과했으나 올해는 10월말 현재로 30억달러를 넘었다.
중동 대신 아시아가 우리의 주력건설시장으로 떠오른 것이다.
이런 시기에 우리의 건설기술과 능력이 의심받게 된 것은 정말불행한 일이다.사태를 더 악화시킨데는 경쟁국들의 매스컴이 성수대교 사고를 반복 보도한 것도 한 원인이 되겠으나 그것을 탓하기만도 어렵다.각종 사고가 워낙 많이 잇따랐기 때문에 우리나라가 사고왕국으로 비쳐진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우리 내부에서조차 「국격(國格)」이 떨어지고 있다는 우려의 소리가 나오고 있지 않은가.
그러나 정부와 건설업계는 외국의 나쁜 평판에 좌절하고만 있어선 안된다.그 시간에 오히려 우리가 그동안 쌓아온 해외건설에서의 성공담을 상기(想起)시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아울러 건설사고 빈발에 대한 자괴심(自愧心)에서라도 건설기 술 향상과 성실시공을 정착시키는 노력을 배가해야 할 것이다.잇따른 사고가한국에서는 건설업의 수준을 비약적으로 향상시키는 계기가 됐다는평가만 얻을 수 있다면 아직 때는 늦지 않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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