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백도 패션" "예술·명품백 뺨치게 …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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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스 피프스 애비뉴가 선보인 흑백 쇼핑백.

미국 뉴욕에 사는 케이 스컬러는 한 손엔 1000달러(약 93만원)가 넘는 코치 핸드백을, 또 다른 손엔 코치 쇼핑백을 들었다. 쇼핑백 속에는 생수병과 선글라스를 넣었다. "가끔은 쇼핑백만 들고 외출해요. 예쁘잖아요." 세련되고 깔끔하기로 둘째 가라면 서러울 뉴요커는 값비싼 가죽백만큼이나 공짜로 얻은 쇼핑백이 마음에 든단다.

"백화점이나 옷가게의 쇼핑백이 수천 달러를 호가하는 명품백과 함께 트렌드가 됐다." 16일 뉴욕타임스(NYT)가 전한 내용이다. 명품백의 인기가 '가지고 싶기 때문'이라면, 쇼핑백의 인기는 '가장 많이 들고 다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쓰레기통에 버려지던 공짜 쇼핑백이 패션으로 진화한 건 일상생활에 이용하는 사람이 늘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쇼핑백에 도시락을 넣어 출근하고, 운동복을 넣어 헬스클럽에 다닌다. 우산.책.물병.화장품처럼 작은 백에는 안 들어가지만 있으면 요긴한 물건들을 가지고 다니기에도 제격이다.

'걸어 다니는 광고판'이 따로 없다. 이왕이면 멋지고 튼튼한 것을 들기 마련이니 업체들의 쇼핑백 업그레이드 경쟁도 치열해졌다. 수백만 달러를 들여 디자인하고, 사진작가를 고용해 얼마나 세련돼 보이는지 쇼핑백을 들고 거리를 걷는 모델을 촬영하게 한다.

오래 들고 다니도록 소재도 튼튼한 고급을 사용한다. 의류업체 주시 쿠튀르는 플라스틱 코팅 처리한 종이로, 아베크롬비&피치는 천 소재로 쇼핑백을 만들었다. 얇은 종이나 비닐을 사용한 기존의 것보다 비용은 더 들지만 효과는 기대 이상이다.

로드&테일러 백화점은 올 가을 야심 차게 새 쇼핑백을 선보였다. 캔버스 천처럼 두툼한 종이백에 백화점 로고를 올록볼록하게 새겨 넣은 쇼핑백의 원가는 장당 80센트(약 740원). 2배 이상 원가가 비싸지만 "닳지 않도록 아껴 쓴다"는 고객이 있을 정도로 반응이 좋다. 로드&테일러의 성공은 다른 백화점들을 바짝 긴장시켰다. 버그도프 굿맨 백화점은 내년 가을 출시를 목표로 9개월째 쇼핑백 디자인에 매달리고 있다. 70년대 디자인된 종이 쇼핑백을 사용하고 있는 블루밍데일스 역시 쇼핑백 교체 작업에 들어갔다.

홍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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