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ose-up] "비행기는 돈으로 사도 사람은 못 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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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블룸버그]

싱가포르항공은 ‘세계 최고 항공사’ 리스트의 단골 손님이다. 비즈니스 트래블러, 트래블&레저 등 유수의 여행·항공 전문지들은 수년째 싱가포르항공을 최고로 꼽고 있다. 미소 짓는 싱가포르항공 여승무원의 이미지는 탁월한 기내 서비스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외부 평가만 좋은 게 아니다. 경영 실적도 탄탄하다. 올 4~9월까지 6개월간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난 11억2600만 싱가포르달러(약 7091억원)를 기록했다. 저력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추춘셍(60·사진) 최고경영자(CEO)는 “사람이 힘이다”라고 말했다.

 2003년 취임 후 한국 언론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그를 12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스타얼라이언스(항공동맹체) 회의에서 만났다.

 -최고 항공사로 꼽히는 비결은.

 “고객과의 약속을 지키고,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원가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노력한다. 기본기에 충실하자는 취지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이라는 철학을 갖고 있다. 첨단 항공기나 정보기술(IT) 시스템은 돈만 주면 누구나 살 수 있다. 하지만 훌륭한 인재를 확보하고, 키우고, 동기를 부여하고, 비전을 심어주는 것은 아무나 하지 못한다. 사람을 중시하는 문화가 우리의 최고 자산이다. 결국 경쟁력의 원천은 사람으로 귀결된다.”

 -항공산업이 양극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맞다. 프리미엄 서비스와 저가 항공사로의 세그먼테이션(시장을 세분화 해 그에 맞는 기업활동을 하는 것)이 뚜렷해지고 있다. 기존 항공사는 더욱 고급화하고, 다른 쪽에서는 저가 항공사가 시장을 넓혀가고 있다.”

 -저가항공 시장 전망은.

 “수요가 크게 늘 것이다. 아시아에서 저가 항공은 버스 같은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단 3시간 미만의 거리여야 저가항공이 성공할 수 있다. 장거리 여행에서 저가 항공사가 뿌리내릴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대한항공이 저가 항공 진출을 발표했다.

“싱가포르항공도 저가 항공사인 타이거에어웨이스의 지분 49%를 보유하고 있다. 프리미엄 항공사와 저가 항공사가 모두 성공하기 위해서는 경영진을 완전히 분리해야 한다. 고급 서비스와 최소한의 서비스를 오가는 것은 쉽지 않다.”

 -싱가포르항공이 세계 최초로 상업 운항을 시작한 에어버스의 수퍼점보기 A380은 어떤가.

 “성능에 매우 만족하고 있다. 연료 효율성이 뛰어나 비용이 적게 든다. 승객 반응도 좋다. 탑승률이 80%를 넘는다. A380이 어떤지 연구하려는 경쟁사 임직원들이 많이 타서 우리 영업에 도움을 주고 있다(웃음).”

베이징=박현영 기자

◆싱가포르항공=1947년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정부가 합작해 세운 말레이항공이 전신이다. 65년 싱가포르가 말레이시아연방에서 탈퇴한 뒤 72년 싱가포르항공이 탄생했다. 따뜻한 식사, 무료 음료, 뜨거운 물수건, 개인용 TV·오디오 시스템 등 오늘날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기내 서비스를 처음으로 도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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