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조직 개편이 단행되자 마치 그간 못다한 말들을 한꺼번에 쏟아놓듯 여기저기서 수많은 「훈수(訓手)」들이 나오고 있다.물론 귀담아 들을 말들이지만,정작 조직개편의 당사자들은 어떤 제언을 하고 싶은지에 대해서는 별로 귀 기울이는 사 람들이 없다.「차제에 정부에서 뗄 수 있는 것은 모두 떼어내야 한다」「우수 인력을 타부처로 많이 보내야 한다」「연공서열을 깨야 한다」「중앙.지방부서간,경제.비경제 부서간 인사를 섞어야 한다」「민간부문도 공무원을 긍정적으로 소화해야 한다」-.바람직한 조직개편의 방향에 대한 현장 당사자들의 육성(肉聲)들이다.
◇경제기획원 J과장=능력있는 공무원이 부처 이기주의 때문에 앞으로 확대될 부처에 못가고 공무원조직을 떠나는 일이 없도록 하려면 이번 조직개편과 똑같은 강도의 의지 천명이 고위층에서 나와야 한다.
또 권한의 하부이양이 필요하다.예컨대 차관보가 2개국 씩을 맡는 획일적인 방식에서 벗어나 부처내의 이해조정만 맡는 스태프의 기능에 보다 충실해야 한다.
민간부문에서도 과거처럼 「낙하산 인사」라고 비판만 할 것이 아니라 고위직 공무원들이 일정 기간 지나고 나면 자연스럽게 자리를 후배에게 양보해 줄 수 있도록 이들의 자리를 마련해 주는데 호의적이었으면 좋겠다.
◇건설부 한현규(韓鉉圭) 기획예산담당관=조직개편이 성공하려면공무원이 일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다가 설사 접시를 깨는 일이 있더라도 위에서 포용하는 아량을 갖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모부처 K차관보=거대조직이 된 부처의 경우 장.차관에게 모든 업무가 집중되는 일이 없도록 스태프를 잘 활용해야 한다.장.차관이 세부 결재사항까지 일일이 챙기려면 물리적으로도 어려울뿐 아니라 장기적인 정책구상에 필요한 시간과 여 유가 없어진다. ◇상공자원부 K사무관=조직의 수를 줄인다고 정부의 규제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조직만 줄이고 제도개편과 규제완화가 계속뒤따르지 않는다면 별 소용이 없다.조직의 군살을 빼는데 들인 노력보다 더 큰 노력을 제도개선에 기울여야 한다.
조직은 외부에서 손댈 수 있으나 제도는 업무를 잘 아는 내부에서 맡아야 한다.공무원들의 의식과 행태부터 달라져야 한다.
◇재무부 J과장=바쁜 곳은 한없이 바쁘지만 일이 없어 노는 곳도 있다.
이번 조직 개편은 이런 현상을 심화시킬 가능성이 크고 이같은부작용을 최소화시키는 보완책이 필요하다.기획원과 재무부를 합치고 총무.외무.보사.공보등 일이 별로 없는 곳은 손을 안댄 것이 그 예다.
어차피 조직개편을 할 바에야 보사나 환경쪽으로 고급인력을 많이 보내는등 인력재배치도 이뤄져야 한다.재무부 관리도 이제 재무부를 떠나면 죽는다는 생각은 버려야 할 것이다.
◇재무부 C사무관=차제에 정부에서 떼어낼 수 있는 것은 완전히 독립을 시켜야 한다.예를 들어 소비자보호원등 민간과 밀접한관계가 있는 조직은 그들의 책임아래 무엇을 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 정부가 실질적인 권한도 없는 상태에서 어정쩡하게 관리하기 때문에 일이 잘못되면 정부로 책임이 돌아오고 이는 다시 새로운 규제를 만들게 한다.
◇상공자원부 K사무관=중앙과 지방부서간 인사교류가 필요하다.
기본적으로 이를 위한 인사교류 지침이라도 만들어졌으면 한다.
또 일본만해도 고시동기생이 같은 부처에서 5~7년만 근무하면위 아래가 생긴다.물론 일본은 연공서열을 중시하지만 잘 들여다보면 그 안에도 경쟁이 있다.우리의 「경쟁 없는 연공서열제」를깨야한다.
우리의 풍토에서 윗사람이 얼마나 냉정한 눈으로 객관적인 평가를 할 수 있느냐는 극히 의심스럽지만-.
◇교통부 K서기관=해당분야 특성에 대한 고려없이 대국대과(大局大課)위주 개편으로 능률성과 전문성을 해쳐서는 안된다.규제부서는 과감히 없애는 한편 국민생활.안전.복지 분야에는 오히려 정부기능이 강화돼야 한다.
〈경제부.사회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