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회 세계바둑오픈' 무명의 셰허, 막판을 맞이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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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제8회 세계바둑오픈 준결승전 제2국
[제1보 (1~27)]
白.謝 赫 5단 黑.朴永訓 5단

박영훈 19세, 셰허 20세. 두 젊은이 모두 이번 대회의 주목받는 강자는 아니었으나 슬그머니 4강까지 올라와 이젠 우승까지 넘보게 됐다. 이창호.이세돌9단이 탈락하고 더 먼저 조훈현.유창혁9단이 탈락했다. 이들을 대신해 한국 대표급으로는 유일하게 박영훈이 살아남았다. 그리고 그토록 살벌한 전장에서 이름 한번 들어본 적이 없는 셰허5단이 분전하는 모습은 더욱 놀랍다. 그러나 셰허도 드디어 벼랑 끝에 섰다.

대회가 다 끝나고 다시 두어달이 흐른 지금 되돌아 보면 그때 셰허가 이창호를 꺾고 또 후야오위(胡耀宇)7단이 이세돌을 꺾은 것은 얼마나 큰 이변이었던가 놀라게 된다. 국가대항전인 농심배에서 최강으로 구성된 중국이 몰락하고 한국이 이창호의 힘으로 연속 우승을 따내는 것을 보면 새삼 한국 바둑의 높은 벽을 실감하게 된다.

11월 5일 대국 영남대 국제관. 오전 9시30분이 가까워오자 박영훈과 셰허가 거의 동시에 착석했다. 항시 미소를 짓고 있는 큰 체구의 박영훈이 오늘은 심각하게 판을 보고 있다. 전날 좋은 판을 역전당한 셰허는 잠을 설친 듯 온몸을 긴장한 채 표범처럼 웅크리고 있다.

포석에서 13과 14, 두 수가 주목을 끌었다. 먼저 흑13. 한줄 높이 둔 이 수가 백의 신경줄을 자극하고 있다. 백이 통상적인 수법대로 '참고도'처럼 우변을 갈라친다면 흑은 분명 고압전술로 나올 것이다.

셰허는 그래서 14로 곧장 걸쳐 27까지의 정석을 선택했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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