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정부조직개편 대통령의 구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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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청와대에 부쩍 힘이 붙고있다.3일「혁명적인 수준」의 정부조직개편안이 발표되고 청와대의 기획.조정능력 강화를 주축으로한 직제개편이 예고되면서 이런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4일 박관용(朴寬用)비서실장 주재의 수석비서관회의에서는 당초해당부처 장관에게 위임키로한 과(課)단위의 직제개편까지 청와대지휘아래 총무처를 중심으로한 실무조정작업단에서 맡기로 했다.공무원의「생사여탈권」이 청와대에 달려있는 셈이다 .
공무원사회의 복지부동과 함께 청와대 비서관.행정관들의 수수방관 또는 부처간 이해조정능력 상실의 문제점이 지적돼온 그동안의양태와는 천양지차다.아연 활기를 띠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청와대에 대한 해당부처의 로비도 치열해지고 있다.국(局)등의 기구축소와 기능약화 대상부처에서는 그 기구나 기능의 존속이유와 명분을 들이대면서 읍소하고 있다.더구나 課조차도 이제 청와대에서 축소 내지 통폐합할 수 있게돼 이런 현상 은 가속화될 전망이다.
이런 현상은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의 정국.통치구상과 밀접한 연관을 갖고있다.金대통령은 집권 중반기를 맞아 굵직한 업적을 남겨야 한다는 판단에 따라 세계화 구상을 밝힌바 있으며 정부조직 개편도 세계화라는 큰 틀에서 명분을 찾았다.
야당의 12.12와 관련한 장외투쟁이나 국회의 예산안 변칙통과 등 후유증도 金대통령의 정부조직 개편이란 태풍속에 묻혀버렸다.결국 金대통령의 복안대로 야당은 5일 등원을 결정했다.金대통령 특유의 맞불작전 내지 정면돌파 방법이 일단 성공하고 있는셈이다. 金대통령은 앞으로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통과되는대로 총리를 비롯한 상당수의 내각을 조각(組閣)수준에서 개각하고 당직도 개편하며,청와대 수석비서관도 대폭 물갈이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청와대의 직제개편도 같은 맥락이다.
金대통령은 이런 일련의 조치를 통해 정국의 주도권을 계속 장악하면서 세계화의 명분을 구체화한다는 입장이다.또 공무원사회를근본부터 뒤집어놓음으로써 긴장감을 불어넣고 복지부동의 자세를 바꿔보겠다는 생각이다.
이와함께 金대통령은 집권 중.후반기에 빚어질지 모르는 권력누수를 방지하고 공무원사회에 대한 장악력을 높여나가려는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검토중인 청와대의 조직개편안도 이런 구상의 일환이다.안기부가 갖고있던 부처간 조정능력이나 대북(對北)문제에 관한 주도권은 안기부법의 개정으로 상실됐기 때문에 이를 청와대에서 직접 챙기겠다는 얘기다.美무역대표부(USTR)나 안 보조정회의(NSC)와 유사한 통상조정기구나 안보조정기구를 만들겠다는 발상이나 홍보기능 강화,비서실장의 기획.조정기능 강화방안등도 이런구상과 맥을 같이 한다.이번 정부조직 개편에서 드러났듯 총리에대한 권한이 강화됐지만 이는 어디까 지나 정책조정기능을 위임해준 것이다.보다 정치적이고 세계화와 직접 관련된 부분은 청와대에서 직접 챙기며 인사에도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정부조직은 청와대의 장악력에 순응할 수밖에 없으리라는 판단을 청와대측은 하고 있다.
연말 개각에서도 金대통령은 재산공개등에서 특별히 문제점이 드러난 경우를 제외하고는 세계화라는 명분속에 과거 정권에서 일했던 인물도 과감히 쓰겠다는 구상이라고 한 고위소식통은 전했다.
이는 과거정권과의 화해라는 좁은 의미가 아닌 세계 화를 위한 유능한 인재의 등용이란 차원에서 봐줘야 할 것이란 얘기다.
이런 金대통령의 태풍처럼 밀어붙이기가 언제까지,또 후속으로 어떤 조치가 나올지 관심이다.
〈金斗宇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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