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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과 예술이 만나면 아이디어 잭폿 터질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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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7면

한국예술종합학교가 한국과학기술원(KAIST)과 최근 교류협약을 체결했다. 한국에서 예술과 과학을 각기 대표하는 교육.연구기관인 만큼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예술종합학교 이건용 총장을 만나 두 학교의 협력과 미래에 대한 얘기를 들어봤다.

이총장은 KAIST와 손을 잡은 이유에 대해 "예술과 과학은 높은 경지에 가면 결국 맞닿아 있다. 예술을 생산하는 방식 자체가 변하면서 과학에 대한 이해 없이는 예술의 존재 자체가 불가능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디지털 기술을 모르고는 현대 음악을 작곡하기가 어렵고, 컴퓨터를 못다루면 디자인이 어렵다. 하지만 더 중요한 이유는 과학과 예술이 창조성이라는 공통 분모로 묶여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그래서 "과학과 예술이 힘을 합쳐야 한다는 요구가 두 학교 교수진으로부터 특히 많았다"는 것이다.

예술종합학교는 KAIST와 심포지엄, 계절학기, 교수.학생 간 만남의 장 등 많은 교류를 할 예정이다. "일단 계절학기는 이번 여름부터 당장 시작한다"고 이총장은 밝혔다. 예술종합학교 학생들은 KAIST에 가서 홀로그래피의 원리, 디자인의 구조적인 원리 등을 배우고, KAIST 학생들은 예술학교에 와서 창조성을 돋우는 미술과 음악 등의 프로그램을 배우는 것이다.

공동 심포지엄도 계획 중이다. "21세기 예술과 과학이 어떻게 서로를 바라보아야 하는지를 다루는 철학적인 심포지엄이 될 것"이라고 이총장은 말했다.

공동 프로젝트는 두 학교가 모두 상당히 기대하는 분야다. 예를 들면 '춤추는 로봇'을 만드는 프로젝트를 공동으로 진행할 수 있다. 로봇 기술은 KAIST가, 춤추는 방법과 노하우는 예술종합학교가 제공하는 식이다.

유명한 미국의 MIT 미디어랩은 예술.인문.사회.과학의 모든 분야가 다학제 간 공동 연구를 하고 있다. "예술종합학교와 KAIST의 공동 프로젝트도 이런 모습이 됐으면 한다"고 이총장은 말했다. "하지만 꼭 프로젝트가 아니더라도 창조성으로 무장된 두 전문가 집단이 자주 만나면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많이 나올 것"이라고 이총장은 기대한다. 그래서 와인파티.등반대회.체육대회 등 두 학교 교수들이 만날 수 있는 모임을 자주 만들 계획이다.

이총장은 "예술가의 모습이 바뀌고 있다"고 말한다. 과거에는 손재주와 창조성이 좋은 소수만 예술을 할 수 있었다. 조각.그림 등은 타고난 손재주가 없으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기술에 대한 이해가 있는 대중들이 창조성만 갖고 있으면 예술을 할 수 있게 됐다.

예술과 과학에서 한국 최고의 두학교의 만남이 어떤 재미있는 결과를 가져올지 기대된다.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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