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뱃머리 5m 들어올려 얼음 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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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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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첫 쇄빙선 이름이 '아라온(ARAON)'으로 최근 결정됐다. 선체 건조도 도면 설계를 끝내고 내년 1월부터는 선체 외벽용 철판 재단에 들어간다. 쇄빙선 건조 작업이 본격화하고 있는 것이다.

쇄빙선은 한국해양연구원 부설 극지연구소가 한진중공업에 발주해 건조하고 있다. 2009년 말 건조를 끝낼 계획이다. 쇄빙선은 극한 상황을 견뎌야 하기 때문에 일반 선박에서는 볼 수 없는 특수 기능이 많다. 남극과 북극 등 극지 탐사에 전천후 돌격선 역할을 할 '아라온'호를 알아본다.

◆철판 두께 군함의 2배='아라온'호의 항해 능력은 1m 두께의 얼음을 연속적으로 깨면서 시속 5.4㎞로 항진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꽁꽁 얼어붙은 극지에서 이런 성능을 발휘하려면 선체도 무쇠 덩어리처럼 튼튼해야 한다. '아라온'호 앞머리 부분에 사용하는 철판 두께는 4㎝다. 일반 철판이 아니고 고강도 특수강이다. 군함의 철판 두께도 2㎝에 불과하다. 쇄빙선의 길이는 110m, 너비 19m로 7000t급이다. 그런 무게의 쇄빙선이 배 앞머리로 얼음 바다를 헤치고 나가는 데 두꺼운 고강도 특수 철판이 한몫한다.

◆얼음 깨기 '기술' 다양='아라온'호는 다양한 방법의 '얼음 깨기 기술'을 가지고 있다. 배 앞머리로 밀어 깨기, 선체로 얼음 위에 올라 타 내리눌러 깨기, 선체 좌우로 흔들어 깨기 등이 주특기다.

배 앞머리는 일반 배와 달리 수면 쪽으로 바짝 엎드려 있다. '아라온'호의 배 앞머리와 수면 간의 각도는 34도로 일반 선박의 60~70도에 비해 절반 밖에 안 된다. 일반 선박의 앞 머리는 수직에 가까운 반면 쇄빙선은 그 반대인 것이다. 그래야 강력한 추진력을 갖춰 얼음을 깨기 쉽기 때문이다. 일반 선박 앞 머리에 뭉퉁하게 튀어 나온 것이 쇄빙선에는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선체를 얼음 위에 들어 올려 깨기는 얼음에 막혀 전진하기 어려울 때 사용한다. 배 앞머리는 최대 5m까지 들어 올릴 수 있다. 그 비결은 배 밑바닥에 실어 놓은 300t에 달하는 물에 있다. 물을 배 뒤 쪽으로 몰아 옮기면 배 앞머리가 들린다. 그렇게 들린 배 앞머리를 얼음 위에 올린 뒤 다시 배 밑의 물을 배 앞쪽으로 옮겨 배 무게가 얼음에 쏠리게 한다.

배 흔들어 얼음 깨기는 배 양 옆에 얼음이 얼었을 경우 사용한다. 극지에서 배가 멈춰 작업을 오래 하다 보면 선체 주변에 얼음이 어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때 역시 배 밑 바닥의 물을 양 옆으로 왔다 갔다 하게 해 배 전체가 흔들리도록 한다. '아라온'호는 짧은 시간에 총 7도가 좌우로 흔들리도록 설계됐다.

◆정지한 채로 방향 원하는 곳으로 틀어=극지연구소 남상헌 쇄빙연구선 사업단장은 "'아라온'호의 선미에는 두 개의 프로펠러가 달려 있으며, 프로펠러의 날개가 아닌 프로펠러를 구동하는 몸체 전체를 360도 원하는 곳으로 돌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쇄빙선이 멈춰 서 있는 상태에서 원하는 곳으로 선체를 이동할 수 있게 한다. 쇄빙선이 얼음에 갇히면 가장 편한 방향으로 배를 움직여 빠져나와야 하기 때문이다. 일반 선박은 프로펠러가 고정돼 있어 이렇게 마음대로 방향을 바꿀 수 없다.

쇄빙선은 힘도 강하다. 일반 선박의 두 배 이상이다. '아라온'호는 6800마력 엔진 두 개를 장착한다.

◆풍랑에도 배 위치 고정='아라온'호는 쇄빙선이면서 해양 연구선 역할도 한다. 이 때문에 해양에서 바람이 거세게 불어도 그 위치를 유지하는 기능이 필요하다. 한진중공업 이정관 부장은 "바다에는 위치를 확인할 특별한 표지가 없기 때문에 배가 자체적으로 제자리를 유지하지 못하면 해양 연구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며 "'아라온'호에는 두 개의 보조 추진기가 달려 있어 사방 50m 이내에서 자신의 위치를 고정한다"고 말했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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