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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2, 3위 되나 더 촉각 … 정치권 총선 쪽 관심 이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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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대선을 엿새 남겨둔 13일, 이명박 한나라당.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이회창 무소속 후보는 본거지 유세에 총력을 기울였다. 이명박.이회창 후보는 영남을, 정동영 후보는 전남을 훑었다.

<관계 기사 4, 5, 6 면>

이명박 후보는 대구 서문시장에서 "정말 제대로 된 세상을 만들겠다.경제 하나만은 확실하게 살리겠다"고 지지를 호소했다.

정동영 후보는 광주.순천에서 "여러분의 기대를 안다. 6일 동안 죽을 힘을 다해 역전승하겠다"고 외쳤다. 이회창 후보도 마산.통영.진주 유세에서 "여당에서 야당으로 바뀌고, 대통령이 바뀐다고 다 정권 교체가 아니다. 껍데기 정권 교체는 안 된다"라며 이명박 후보가 아닌 '이회창 정권 교체'를 강조했다.

빅3 후보끼리 유세전은 치열하지만 '대선 여론시장'은 썰렁한 편이다.

선거를 앞둔 각 전문 기관들의 12일치 마지막 여론조사에서 이명박 후보가 40% 중반대였고, 정동영.이회창 후보는 각각 15% 전후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2위와 3위의 지지율을 합쳐도 1위에 못 미치는 현상은 대통령 직선제가 실시된 1987년 이래 처음이다. 이 때문에 2007년 대선은 1위보다 2, 3위가 누가 되느냐에 관심이 쏠리는 '기묘한 대선'이란 얘기가 정치권에서 나오고 있다.

누가 어느 정도 격차로 2, 3위가 되느냐에 따라 권력 이동기 정치권 질서 재편에 영향을 주는 데다 내년 4월 9일 치러질 18대 총선 구도에도 직결되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역대 대선에서 막판 1, 2위 지지율 격차가 20% 이상 벌어진 것도 처음이다.

2002년 12월 13일께, 지지율 1위의 노무현 민주당 후보와 오차 범위 내에서 근접전을 벌이던 2위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 사이엔 '충청권 수도 이전'과 북한의 핵시설 재가동 선언을 놓고 뜨거운 논쟁이 펼쳐쳤다. 이회창 후보 측은 "기류가 역전됐다", 노무현 후보 측은 "우세가 유지되고 있다"고 각각 주장했다.

2007년의 기묘한 선거환경 속에 정치권에선 대선보다 총선에 더 신경 쓰는 풍경도 속출하고 있다. 13일엔 "대선은 예견된 결과를 넘어서지 못할 것이다. 대선 결과와 관계없이 내년 총선에 대비하겠다"(권영길 민주노동당 후보), "단일화를 한다고 해도 대선 승리는 어렵다"(박상천 민주당 대표)며 패배를 인정하는 얘기도 나왔다. 11일 시작된 18대 총선 예비 후보 등록에선 13일 현재 현역의원 중 신당 의원 9명이 등록을 마쳤다. 한나라당 의원은 없었다. 대선이 끝나기도 전에 신당 의원들이 후보 등록에 나선 것은 그만큼 내년 총선을 불안해한다는 방증으로 정치권에선 보고 있다. 예비 후보로 선관위에 등록하면 일정한 범위 내에서 국회의원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

한나라당은 '투표율 올리기'에 비상을 걸었다. 대선 판이 싱거워지면서 투표에 대한 무관심이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를 통해 '이명박 득표율 50%'가 달성되면 상대적으로 이회창 후보의 세력이 위축돼 총선에서 맥을 못 출 것이라는 기대를 한나라당 측은 갖고 있다.

이런 기묘한 대선 현상의 원인으로 이른바 '노무현 학습 효과'를 꼽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연세대 김기정(정외과) 교수는 "이번 대선에서 유권자들 사이에 '노무현 정권 심판' '좌파정권 10년 종식'의 컨셉트가 확산됐다"며 "노무현 정권을 혼내주자는 심리가 워낙 팽배해 다른 변수들이 이 심리를 바꾸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신용호.김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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