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업>영화"이도백화"조선족 여기자役 조은숙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7면

최근 촬영을 끝내고 내년초 개봉을 위한 막바지 작업이 한창인 영화 『이도백화』의 여주인공역을 맡은 신인 영화배우 조은숙(趙銀淑.24).
이목구비가 뚜렷한게 은퇴한 영화배우 정윤희를 많이 닮은 얼굴이다.실제 어렸을적부터 그런 말을 자주 들었다고.하지만 『나도정윤희언니처럼 예쁘게 보여야지』라고 생각하던 그 소녀는 이제 『나는 나다』는 고집으로 『조은숙만의 개성연기를 펼치겠다』고 다짐하는 주체성 강한 신세대 배우가 되어 우리앞에 다가왔다.
30년간 영화조명 작업을 하던 강상룡씨의 감독 데뷔작인 『이도백화』는 연변조선족 자치주를 배경으로 남북한의 끊어진 인간관계를 다룬 영화다.정치인으로 변신했던 이대엽씨가 오랜만에 출연하고 신성일씨의 아들 강석현도 함께 나온다.
제목은 백두산 인근에 있는 마을이름에서 따온 것으로 동네 한복판에 두 갈래로 갈라져 흐르는 폭포가 자리잡고 있어 남북분단을 상징하는 의미로도 자주 쓰인다는 설명이다.
이 영화에서 조은숙이 맡은 배역은 연변일보에 근무하는 조선족여기자 염미란.남북한으로 갈라져 인연이 끊어진 나이 많은 연인들을 이어주는 가교역할을 한다.
『공상이 취미라 어려서 꿈이 많았지만 고교 졸업무렵 기자.연기자.글 쓰는 사람(굳이 무게잡는 문학가라는 이름은 싫다고 했다)으로 꿈을 요약했다』는 그녀는 『이번 영화에서 그중 두가지꿈을 이뤘다』며 즐거워했다.활발하고 정이 많으면 서도 하고자하는 일에는 집요한 성격의 염미란역을 연기하면서 실제 기자일을 하는듯한,기분좋은 착각에 빠졌으며 영화배우로는 처음 데뷔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 90년 『사주 팔자 고칩시다』로 연극배우로 나선 이래 5년간 여러 극단에서 12편의 연극에 출연한 경력을 갖고있다.
영화『베티 블루』에서 베라트리체 달이 연기한 강하고 파괴적인 여인상이나 『터미네이터1,2』에 나오는 끈질기고 의지가 강한 어머니같은 역할을 맡고 싶은 것이 꿈이라고.
***선교영화 시나리오도 집필 왜 겨울 외투안에 반소매 셔츠를 입고 있느냐는 질문에 『연변촬영을 갔다가 뱀탕을 자주 먹는바람에 몸에 열이 많이 나서 그렇다』고 천연덕스럽게 대답하는 젊은 여배우의 표정이 아주 싱그럽다.
현재 모 기독교 선교단체에서 만드는 16㎜영화의 시나리오를 쓰고 있고 소설을 쓸 준비도 하는등 부지런하게 자신의 세계를 만들어가고 있다.
36시간 이상 이불구경을 못하고 차안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는강행군속에 진행된 영화촬영은 힘든 일의 연속이었지만 『그게 모두 강한 인상의 연기자로 성장하는 과정이 아니겠냐』며 야무진 표정을 짓는다.
글:蔡仁澤기자 사진:朱基中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