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작기행><저자는말한다>"어떻게 죽는가" 눌런드著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5면

우리는 현재 죽음이라는 자연적인 현상을 의사들의 손에 맡겨놓고 있다.그러나 그것은 최근의 일이다.50년전만 해도 사정은 지금과는 달랐다.당시에는 죽음이란 임종을 앞둔 사람들과 그 가족들에 속한 문제였다.
의사들은 전통적으로 자기들이 환자들에게 희망을 주는 존재라고생각해왔다.죽어가는 사람들이 발견할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은 바로 자기들이라는 입장이다.『우리가 당신을 고통에서 벗어나도록 하겠습니다.당신의 질병은 치료될 수 있으니 안심 하고 집으로 돌아가서 정상적인 생활을 하도록 하세요』라고 말하며 환자들을 위로하곤 한다.그러나 이런 종류의 희망은 모두 거짓에 불과하다. 우리들 몸은 일정기간이 지나면 아무 것도 느낄 수 없는 상태로 퇴화한다.신체 내부의 모든 장기가 활동을 그만두게 되는 것이다.그러나 현대의 의사들은 이런 점을 인정하려 들지 않는다.그들은 환자들에게 헛된 소망을 불어넣고 고통을 지 속시키는 실수를 계속 저지른다.자기들이 옳은 일을 하고 있다고 확신하지만 그것은 착각에 가까운 오판이다.
의학과 기술의 발전에 따른 가장 큰 모순점은 우리의 생명을 연장시킨다는 본래의 목적에서 벗어나 오히려 마지막에 가서는 우리 삶의 질을 파괴한다는 데 있다.
우리의 적은 죽음이 아니라 질병이다.반면 의사들은 끝까지 질병에 패배했다는 단순한 사실을 수용하려 하지 않는다.직접 전쟁에 나선 경험은 없지만 만약 내가 수백명의 적군에 둘러싸여 승산이 거의 없는 전투를 지휘하고 있는 장교라고 가 정할 때 나는 저항하기 보다는 차라리 퇴각하거나 항복할 것이다.필요없이 희생자만 늘리는 싸움을 할 필요가 있는지 의심스럽기 때문이다.
거의 치료가 불가능한 질병도 이같은 시각에서 생각해 볼 필요가있다. 우리가 모두 바라는 평화로운 임종을 맞기 위해서는 스스로를 제어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이제는 더이상의 치료가 필요없는 시기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를 가져야 한다.죽음이란 의학의 패배가 아니라 자연의 위대한 승리이기 때문이 다.자연의 위대한 숙명에 고개를 숙이고 평화로운 죽음을 맞이하는 지혜를 가져야 한다.
〈虎〉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