內戰개시 2년만에 최악-美군개입보스니아 어디로 가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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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보스니아 내전이 개전 2년반 만에 최악의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 나토의 공습과 유엔측의 평화노력에도 불구하고 세르비아계는 유엔이 설정한 안전지대인 비하치를 사실상 장악,나토와 유엔에 정면으로 도전했다.이에 맞서 미국은 약 2천명의 美해병대와해군병력을 보스니아에 긴급 파병,필요할 경우 미군이 보스니아 내전에 직접 개입할 수도 있음을 행동으로 경고하고 나섰다.나토도 지금까지의 소극적 행동대응에서 벗어나 최악의 경우 약 25만명의 병력을 보스니아로 파견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같은 상황의 급격한 전환은 세르비아계가 유엔이 설정한 마지노선인 비하치市를 사실상 접수한 후 발생한 것이다.
미군의 이번 파병이 보스니아에 대한 직접적인 전투참여를 의미하는지는 더 지켜봐야겠지만 지금까지 유럽내 문제라면서 보스니아사태에 참여를 거부해온 미국의 정책 변화를 의미하는 것은 틀림없다.미국의 파병과 나토군의 급격한 강경태세로의 전환은 만약 비하치市를 세르비아계가 접수하도록 묵과한다면 곧바로 세르비아계의 위협에 직면하는 크로아티아가 자국내 세르비아계에 보복을 가하게 되고 이럴 경우 이번 내전은 걷잡을 수 없는 방향으로 확대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유럽과 미국은 세르비아 사태를 계기로 1,2차 세계대전이 발생했던 역사적 전례에 대한 공포를 잊지 않고 있어 보스니아 사태의 확전에 대해서는 심각한 우려를 갖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미국의 파병이 과연 세르비아계의 확전의지를 무력화시킬 수 있을 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
워낙 복잡한 역사.종교적 갈등과 함께 이번 전투가 계속될 경우 결국 나토내의 분열과 러시아의 對 세르비아 지원이 이루어지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세르비아계 지도부가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미국의 일방적인 보스니아 회교도에 대한 무기금수조치 철회 이후 고조되고 있는 러시아와 미국간의 외교갈등도잠재적인 불안요소의 하나다.러시아 내에는 같은 슬라브족이자 종교적으로 동일한 러시아 정교를 믿는 형제국 세르비아를 돕자는 분위기가 높아 자칫 이번 사태는 舊유고연방의 테두리를 넘어서는분쟁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金錫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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