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政街 이기택 파동-동교동의 고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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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이기택(李基澤)민주당대표의 의원직 사퇴서 제출로 정국의 방향을 예측하기가 더 어렵게 됐다.이 문제가 12.12 기소라는 대여(對與)투쟁 뿐 아니라 민주당 내부의 주도권 싸움까지 연계되어 있기 때문이다.李대표의 동시공략 목표가 된 동교동과 민자당은 사태를 수습하는 쪽으로 나서고 있다.
민주당 권노갑(權魯甲)최고위원은 26일『단합해야지』라고 말했다.權최고위원은 또 이기택(李基澤)대표의 측근인 손태인(孫泰仁)부산남을 지구당위원장을 전화로 찾았다.그리고는『사퇴의 충정은이해하나 단합해야 한다』는 자신의 말을 李대표에 게 전해달라고했다. 최근까지 李대표를 비난하던 태도와는 달라진 모습이다.그는 李대표가「등원론」을 일축하며 김대중(金大中)亞太평화재단이사장을 깎아내렸다는 얘기에『경솔하고 무례한 짓』이라고 李대표를 비난했었다.權최고위원은 지금은『방법론상의 차이지 분열은 아니었다』고 해명하고 있다.
동교동계의 얼굴격인 그는 金이사장의 말도 일부 소개했다.『金이사장이 李대표와 협력해 단합된 모습을 보이라는 지침을 주셨다』는 것이다.權최고위원은 金이사장을 25일 만났다.
權최고위원의 말이나 그가 전한 金이사장의 얘기에 담긴 뜻은 분명하다.李대표에 대한 불만을 누르고 수습에 주력하겠다는 것이다.당내 최대 계파인 동교동계의 구호는「단합」이 돼버렸다.수를내세운 강압에서 유화책으로의 전환이다.
이같은 모습에서 크게 두가지의 상황판단을 읽을 수 있다.첫째는 당이 깨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다급함이다.李대표의 의원직사퇴에서「결별불사」의 메시지를 읽고 수로 밀어붙이는 방법을 포기했다는 분석인 것이다.
李대표와 갈라서면 金이사장과 동교동계는 지자체 선거를 앞두고계파정당인 평민당 상황으로 돌아갔다는 평가에 시달릴 우려가 있다. 둘째는 대안이 없다는 점이다.金이사장의 복귀는 어려운 형편이다.일각에서 김원기(金元基).정대철(鄭大哲)공동대표가 검토되나 제1야당의 얼굴로는 미흡하다는 지적이 많다.여당의 상대인김영삼(金泳三)대통령이나 김종필(金鍾泌)대표와는 차 이가 있다는 얘기다.더구나 제2야당의 간판이 될 이기택대표에 비해서도 기운다.이 체제는 당내에서 김상현(金相賢)고문의 도전에 적절히대처하는데도 고전할 것이란 관측 또한 만만치 않다.
金이사장과 동교동계는 이같은 판단 때문에『차제에 당권 구도를새로 짜자』는 내부주장을 누르고 李대표를 달래는데 주력하고 있다.그래서 李대표의 회군(回軍)명분 마련에 도움이 된다면 동조사퇴서를 내는 방안도 검토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 다.
그러나 이같은 수습도 한계가 있다.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기 때문이다.동교동이 李대표의 주도권을 인정해 사실상 당을 넘겨줄 생각이 없는 것은 분명하다.이 점은 李대표로 하여금 지금의 유화책이「함정」이라고 생각해 회군을 주저케 만들 것이다.
어차피 지자체선거를 앞두고 공천권 행사를 둘러싼 일전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있으며 전당대회도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그런 점에서 사퇴를 둘러싼 동교동과 李대표간의 줄다리기는 지금부터 시작이다. 〈金敎俊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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