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머리 박새 머리속 낡은세포 새것으로 바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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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컴퓨터의 반도체칩을 갈아끼우듯 낡고 필요없는 기억들이 저장된뇌세포가 소멸되고 새로운 뇌세포가 이를 대체하는 동물이 있다.
美 국립과학아카데미학회지 최신호를 인용한 뉴욕타임스 최근호에따르면 뉴욕 록펠러大의 페르난도 노테봄 박사 연구팀은 검은머리박새(black-capped chickadee.국내에는 없음)가 가을에 숨겨둔 먹이저장고를 기억하기 위해 과 거의 기억세포를「폐기처분」하고 새 세포를 생성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연구팀은 다 자란 박새의 체내에 방사성추적자(放射性追跡子)를주입,각각의 세포에 침투하도록 한 후 풀어주고 6주가 지난후 다시 이들을 잡아들여 뇌를 해부해 본 결과 오래된 세포가 소멸되고 새 세포가 기억저장에 관여하는 해마(海馬) 부분에 형성된것을 발견했다.
이런 변화는 일년내내 계속되지만 주위환경이 급격히 변하는 10월에 가장 큰 규모의「세대교체」가 이뤄져 매일 전체 해마세포의 2% 정도가 새 세포로 바뀐다는 것.
이 사실의 발견으로 지금까지는 성숙한 뇌신경세포의 경우,새 세포의 성장이나 손상된 세포의 자가치료가 불가능하다는 학계의 통설이 바뀌게 됐다.
검은머리박새는 가을이 돼 주변환경이 바뀌면 평소 1만2천평방m정도 되는 생활영역을 거의 10배나 늘려 겨울을 나기 위한 먹이저장을 시작하게 된다.
이때 뇌에서는 늘어난 영역에 대한 새 지도를 형성하고 먹이 저장고위치를 기억할 필요가 생기는데 뇌의 용량에 한계가 있어 오래된 세포를 새로운 세포로 교체한다는 것이다.
만약 이 새 뿐만 아니라 다른 동물의 신경세포도 재생된다는 것이 밝혀지고 그 과정이 명확히 해명된다면 알츠하이머병.파킨슨씨병.뇌졸중등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희소식이 될 전망이다.
〈朱宰勳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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