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에서>세기末의 작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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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요즈음 운위되고 있는 국제화.개방화 혹은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한 첫째 관건이라 할 수 있는 것의 하나는 언어의 문제가 아닌가 싶다.다시 말해 이 국제화.개방화 시대를 맞아 우리가 우리말 아닌 또 하나의 국제어를 모르고서는 이 치열 한 국제사회에서 낙오하고 말 것이라는 생각이다.
또 하나의 국제어란 다름 아닌 영어다.이제 우리는 제2의 언어정책,즉 치열한 경쟁에서 이긴 사람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21세기를 대비한 국어정책을 펴야 할 시점에 와 있는 것이 사실이다.싱가포르가 그 작은 땅덩어리에 비해 오늘날 아시아의 부국(富國)으로 자라날 수 있었던 것은 영어의 공용어화,다시 말하자면 영어의 국어화정책에 한 원인이 있음을 간과할 수 없다.
영어를 사용하는 나라는 국제사회에서 유리한 위치를 확보할 수있지만 그렇지 못한 나라는 그 나라의 언어와 문화가 아무리 훌륭하다 하더라도 경제전쟁이 벌어지는 냉혹한 현실에서는 불리하다. 작가의 입장으로 돌아와서 노벨문학상만 해도 그렇다.
어느 나라가 더 많이 자국(自國)의 문학을 영어권의 나라에 소개했느냐에 따라 그런 국제적인 상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게되었다. 나라마다 고유한 언어가 있으며 그 고유한 언어들이 지닌 개별성의 아름다움을 인정한다.그리고 각각의 고유한 언어로 기록된 문학들,그것이 산스크리트어로.아삼어로.말라얄람어로 쓰여졌든 영어나 불어로 쓰여졌든 각각의 고유성과 그 고유성에 서 더 빛나는 진지한 아름다움도 인정한다.그렇다면 21세기를 앞둔이 시점에서 작가가 취해야 할 언어적 입장은 어느 쪽인가.
역시 맨 먼저 부딪치는 문제는 언어의 문제다.아시아에서 가장앞서 서구문물과 영어를 받아들인 나라가 일본이다.한국은 받지 못한 노벨문학상을 일본에서 두 번이나 받은 것은 영어구사력과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 시대의 작가는 다른 직업의 사람들과 비교해 대체로 자신과는 무관하다고 여겼던 국제화.개방화의 물결속에서 그다지 자유롭지 못하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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