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평준화 수술대 올랐다-私學유형따라 학생선발권 단계부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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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고교평준화제도의 개선을 둘러싼 논의가 지난9월초 대통령직속 자문기구인 교육개혁위원회(위원장.李奭熙)의 사학 자율화방안 발표에 이은 국민공청회(18일.국립민속박물관)를 계기로 본격화됐다. 73년 학군내 추첨방식으로 전환된 이래 조기 과열과외를 잠재웠다는 긍정적 평가와 고교생 실력의 하향평준화등 부정적 시각이 대립돼온지 20여년만에 고교평준화가 수술대에 오른것이다.
양쪽 견해중 최근 국가경쟁력 향상이 큰 과제로 떠올라 후자쪽이 우세한 고지를 점하게 되면서 어떤 형태로든 개선이 불가피해진 상태다.
敎改委는 공청회에서 이같은 양론을 의식한 듯『평준화의 기본 틀을 유지하면서 평등성과 수월성의 정책이념을 조화시켜 보완한다』는 중간적 입장을 밝혔다.
기본 방향은 평준화의 단계적 해제다.사학의 재정상태나 교육여건에 따라「자립형」「보조형」「관리형」의 3가지 유형으로 구분,국고 보조를 받지않고 독자적으로 재정을 확보할 수 있는 자립형학교부터 학생 선발과 등록금 책정의 자율권을 줘 결국 단계적으로 평준화의 폐지를 유도한다는 방안이다.
사학 자율화와 관련한 가장 큰 관심사는 학생선발 방법이다.
한쪽에서는 사학의 입시등 자율화는「입시 부활과 과외 재발,학교의 위계구조화와 위화감 조성」등 부작용을 낳는다는 입장이 있다.그런가 하면『평준화 폐지가 평준화 실시 이전으로 돌아가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며『평준화 시행후 학군 간의 학교 격차나 과외가 사라졌는가』고 반문하는 견해도 강하다.
이런 입장은「교육 평등」의 신화가 맹목적인 대학진학 수요의 창출및 개인의 능력과 노력의 차별화를 제한해 결국 교육수월성 추구에도 걸림돌이 되었다고 지적한다.
이런 상황에서 교개위의 학생선발에 대한 입장은 아직 투명하지못한 단계다.
다만 사학의 자율화가 입시 부활을 초래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하면서▲개별학교로 지원한 뒤 추첨하는 방안▲중학교 내신성적 또는내신과 추첨 혼용▲학교의 건학이념이나 특수성을 고려해 학생을 선발하는 방안등을 제안하고 있다.
학부모와 중.고 교육관련자들도 시험제도 도입 배제의 전제 아래 내신.봉사활동등 다양한 기준으로 대치하는 방안을 환영하고 있다. 물론 이 개혁안이 시행되기까지는 내신제도의 정비등 여러면에서 선결되어야 할 과제가 많다.교개위는 실험적으로 학군이 재조정될 97학년도부터 사학의 자율적 학생선발을 대도시부터 시작하는 안과 지방부터 시작하는 안을 놓고 고려중이다.
지방부터 시작하는 방안이 서울시교육청의 방안(98학년도부터 선발고사 폐지,내신등으로 선발)과 충돌을 피하며 시간적 여유를가지고 파생되는 문제를 고쳐갈 수 있을 것이라는 점 때문에 보다 긍정적 반응을 얻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그러나 김영철(金永哲)교육개발원 기획처장은『자립형 사립고교가학생 선발권을 갖게 될 경우 진학위주로 회귀할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한국중등교육협의회 홍성대(洪性大)회장은『사학의 자율성은 특성에 따라 선발방법의 다양성을 가져올 수 있다.그러나 사학의 자율성을 말하면서 입학시험만은 안된다고 못 박을 수 없지 않겠느냐』며 시험의 가능성도 내비쳤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중등교육이 지력과 전인성을 기르는 목적을 가지고 있으므로 전인적 평가를 위해 객관적 방법 뿐 아니라 주관적인 평가도 사용하는 획기적인 사고의 전환을 강조하고 있어 앞으로 진전 여부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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