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회의.정책손질.경제부처 세계화 틀잡기 부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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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세계화라는 새「화두(話頭)」를 붙잡고 각 경제부처가 벌집을 쑤셔 놓은듯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다.
지금까지의「국제화」라는 주제가 갑자기 어느날「세계화」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부처마다 사람마다 세계화를 달리 정의하는등 뚜렷한「학설(學說)」의 실체는 보이지 않지만,그래도「뭔가 찾아내야 한다」는 강박관념 속에서 얼개를 짜고 밑그림을 그려보자는 열심들은 대단하다. 각 부처는 기존의 국제화 관련 계획을 다시 들쳐 보면서 아이디어 발굴을 위한 토론회를 여는등 세계화의 개념을 정립하려드는 단계다.
○…22일 오후 열린 각 부처 차관보 회의에서는 세계화 추진기구를 어떻게 구성할 것인지를 놓고 의견을 교환했으나 결론을 내지 못했다.「21세기위원회와 같은 기존 기구를 모아서 할 것이냐」,「새로운 기구를 구성할 것이냐」를 놓고 이 야기를 나누다가 결국 이번 주말께로 결정을 미뤘다.
청와대도 22일 대통령이 주재한 확대 국무회의에 내놓을 추진지침을 급히 마련하느라고 21일 하루 종일 북새통을 방불케 했다. 한이헌(韓利憲)경제수석이 아예 사무실 문을 닫아 걸고 직접 추진지침을 거의 다 만들다시피 했다는 후문이다.
○…상공자원부는 22일 오후 2시간30분동안 박운서(朴雲緖)차관 주재로 과장급 이상 직원 3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세계화를 주제로 한 토론회를 열었다.그러나 회의 시간의 절반을 세계화의 개념에 대한 갑론을박(甲論乙駁)으로 보냈으며 아이디어로 나온 의견중에는『규제완화나 공기업 민영화등 이미 시행중인 방안을 제대로 확실하게 하자』는 것도 있었다.
강도 깊은 금융.세제 개혁과 도시교통난 해결,교육개혁.노인복지등 다양한 아이디어도 함께 나왔다.
이와 함께 마침 지난 4월부터 작업을 해 오고 있는「기업세계화 지원방안」을 빨리 마무리 지어 이달말이나 12월초에 세계화전략의 하나로「포장」을 해 발표할 예정이다.
○…경제기획원은 당장 내년도 경제운용 계획에 세계화와 관련된추진과제로 어떤 것을 넣어야 할지를 놓고 고심중이다.
또 세계화가 거론되자 마자 또 다시 정부 기구 개편 문제가 경제부처마다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른 것에 대해,홍재형(洪在馨)부총리는『개인적으로 조직의 효율성을 높일 여지가 있다고 보며 규제완화나 민자유치,남북경협과 같이 국가경영의 우 선 목표가 바뀔때면 조직이 유연하게 움직여야 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해 여운을 남겼다.
○…건설부는 세계화 추진방안으로 한 건설업체가 설계에서부터 시공.감리까지 모두 맡도록 하는 종합건설업 제도를 도입하는 것을 비롯,▲해외공단 개발 적극 추진▲해외진출 건설 업체에 금융지원 강화▲외국인의 토지취득 제한 완화등 해묵은 방안을 다시 들여다 보고 있다.
○…재무부는 주말인 26일오후 박재윤(朴在潤)장관 주재로 토론회를 가질 예정.이를 놓고 일부 직원들은『이번 기회에 개방과자율화의 속도를 더욱 앞당겨야 할 것』이라는 해석을 하는 반면『그래도 우리 경제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고 려해야 한다』는 신중론도 함께 나오고 있다.
〈經濟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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