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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세계화 구상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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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지구촌(地球村)」이란 말은 60년대초 마셜 맥루한이 보편화시켰다.세계경제가 하나의 거대한「글로벌 체제」로 묶이면서「세계로…」(go global)라는 구호가 도처에서 유행이다.그러나그 개념은 지금도 구름속이다.
웹스터 사전은 61년에「세계화」(globalization)라는 말을 처음 수록했다.그러나 그 풀이는 반복어법이다.「세계적인 시야에서 생각하고 행동한다」는 것이 고작이다.게다가「국제화」와「다국적화」「초국가화」등 유사어들이 더욱 혼돈 을 안긴다.
「세계화」는「글로벌 기업」들의 전략과 행동을 통해 그 실체가가늠되는 단계다.우선 국적없는 국제화와 애써 구별된다.「세계적으로 생각하고 지역적으로 행동하라」(think global, act local)가 그 출발점이다.외국시장에서 성공하려면 그속에 파고들어 그 나라 사람이 다 돼야 한다.본국에 본사를 두고 외국에 지사나 지점을 두는 모양새 위주의 국제화가 아니고「도처에 본사를 두는」체제다.
각 본사는 그 지역에 뿌리를 내린 그 나라 기업이나 다름없다.이들이 글로벌 네트워크로 묶여 세계적 단위의 효율성과 경쟁력을 창출해낸다.
그 연결고리는 전략 제휴및 거미줄 같은 협력관계다.「지구촌 시장」은 언제 어디서고 제품을 만들어 공급하고 애프터 서비스도제때 제공할 수 있는 기업체제를 요구한다.덩치를 키우지 않으면서 효율적인 유대로 필요한 근육만을 다진다.글로 벌 생산체제,글로벌 경영자,게다가 소비자까지 글로벌화하고 있다.
자기 것은 감싸고 바깥에 나가 남의 것을 취하는 것이 국제화로 일부 잘못 인식돼왔다.
이는 상대국의 저항을 불러온다.「세계화」는 개별 국가와 국경이 존중되면서도 이들이 연결돼 하나의 전체를 지향한다.「지구촌시대」공존공영(共存共榮)의 새 생존방식이다.
「열린 마음」과 「열린 체제」가 그 첫 요건이다.발상의 과감한 전환과 함께 조직과 전략의 수평화.글로벌화가 요구된다.자칫「글로벌 기업제국」에 시장만 내주고 생산및 소비거점으로 전락한다는 우려도 고개를 든다.
어느 나라 할 것 없이 관료적 규제가 최대 장애다.세계화된 안보전략,의식과 교육의「세계화」등 구호는 매력적이지만 모범답안은 아직 없다.한국이 차제에 한번 그려봄직도 하다.중요한 것은관주도(官主導)가 아니고 국가적 중지(衆智)에 바탕을 둔「세계속의 한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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