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있는아침] ‘홍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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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홍수’-김유선(1950~ )

지는 꽃이나 피는 꽃이나
한 뿌리, 한 몸이다
여기를 보아라 가뭄이나 홍수나
꽃밭이 쩍쩍 갈라지기는 매한가지다
살아 보아라
그 남자나 이 남자나 다
알아들으라고 굵은 빗줄기가 오늘로 열흘째다


 사흘만 죽죽 비가 내려도 그 누기의 무거움, 마음을 바위처럼 누르는데 그렇군요. 열흘 굵은 빗줄기는 그 남자나 이 남자나 다 알아들으라고 그래도 못 알아듣느냐고 제발 좀 알아들으라고 바닥을 꽝꽝 치는 하늘의 소리이군요. 저 굵은 빗소리 남자들이여! 들리는지요?

<신달자·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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