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읽기] 리더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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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제임스 맥그리거 번스는 『역사를 바꾸는 리더십』(지식의 날개)에서 위와 같이 바꾸는 것과 변혁시키는 것의 차이를 지적하고, 변혁적 리더십을 이렇게 정의한다. “주관적인 것을 다른 다양한 요소들과 통합하고, 이것들이 한 덩어리를 이루어 중대한 사회 변화를 추구할 수 있도록 해주는 완전히 새로운 정향성을 만들어내는 것.” 이러한 변혁적 리더십은 사람들을 변화의 과정에 참여시키고 집단정체성을 고무시킬 수 있다.

그러나 무엇을 어떻게 변혁시킬 것인지 알 수 있는 공약이 실종되고 상호비방이 난무하는 작금의 선거 분위기에서는, 변혁적 리더십을 갖춘 후보자가 누구일지 판단하기가 어렵다. 그렇다면 중국 고전 『한비자』에서 오늘날의 리더가 갖추어야 할 자질을 캐낸 이상수의 『한비자, 권력의 기술』(웅진지식하우스)을 참고할 만하다.

조직 내부의 기득권 세력을 꺾고 조직을 혁신하는 개혁자, 자신이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에 좌우되지 않고 감정에 흔들리지 않는 집행자, 리더 자신이 늘 전면에 나서지 않고 주위의 인재들을 무리 없이 적절하게 활용할 수 있는 경청자, 부하에게 충성과 사랑을 구하거나 기대하지 않고 부하 스스로 충성할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조직자, 비판만 하는 문제 제기자의 반대 개념으로, 주어진 현실과 과제를 인정하면서 그것에서부터 최대한의 구체적인 성과를 이루어내는 문제 해결자.

바람직한 리더가 된다는 게 참 힘들겠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위와 같은 여러 자질들 가운데 한 가지만 제대로 갖추어 실천해도 성공적인 리더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성공적인 리더의 사례를 살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박현모는 『세종의 수성 리더십』(삼성경제연구소)에서 우리 역사에서 최고의 군주로 손꼽히는 세종대왕의 리더십의 원천을 다음과 같이 정리한다.

첫째, 자신의 의견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의견까지 경청하는 자기 통제력. 둘째, 인재를 기르고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것. 예컨대 허물이 있는 인재라 할지라도 공적을 쌓아 허물을 덮을 수 있게 한다. 셋째, 민생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정책 결정은 신료들뿐 아니라 일반 백성의 여론까지도 광범위하게 수렴한다. 넷째, 명나라에 사대외교를 하면서도 명나라의 지지를 바탕으로 핵심적인 국가이익을 확보하는 실용적 외교노선이다.

부군인 지미 카터 대통령의 퇴임 이후, 부군과 함께 인도주의 활동을 전 세계적으로 펼친 로잘린 카터. 그는 일반적인 리더와 위대한 리더의 차이를 이렇게 지적했다. “리더는 자신이 원하는 곳으로 사람들을 이끈다. 위대한 리더는 자신이 원하는 곳이 아니라, 꼭 가야만 하는 곳으로 사람들을 이끈다.”
 
꼭 가야만 하는 곳을 정확히 알고 있는 이는 누구일까? 국민들의 고민은 깊어만 간다.

 
표정훈<도서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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