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삼재씨 중앙일보 인터뷰] "대통령이 정보기관 돈 빼냈겠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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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6일 안풍 공판 항소심에 출두하는 강삼재 의원.[중앙포토]

안풍(安風.1996년 총선 때 안기부 자금이 여당인 신한국당 총선 자금으로 쓰였다는 의혹)사건의 피고인인 강삼재 전 신한국당 사무총장(현 한나라당 의원)이 3년 만에 입을 열었다.

그가 2001년 1월 사건이 불거진 뒤 은둔생활에 들어간 이래 16일 처음으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한 것이다. 姜의원은 지난 6일 항소심 공판에서 "안풍 자금은 당시 김영삼 대통령(YS)에게서 받았다"고 법정 진술을 한 바 있지만 그가 자금의 실체, 안풍사건 진실 토로의 구체적 배경 등을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姜의원은 인터뷰 도중 안풍사건을 둘러싼 YS와의 관계나, YS의 입장 등을 묻는 질문에 대해선 "그 부분은 말하고 싶지 않다"며 피해갔다.

-안풍 자금의 실체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나는 알 수 없다. 대통령인 총재(YS)가 여당 총장에게 총선 자금으로 돈을 줄 때는 주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이나 아무런 말을 하지 않는다. 나는 그저 돈을 받아 선거를 잘 치르려고 했다. 그런데 일국의 대통령이 정보기관의 자금을 빼내 여당에 선거 자금으로 주었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확신한다. 최근에 재판부가 안기부 계좌에 대한 입출금 내역을 사실 조회한 결과 1994년과 95년 말 거액의 자금이 남아 있음을 발견했다. 이는 외부 자금일 가능성이 크다. 이걸 밝혀내면 실체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사건이 불거진 이래 3년 동안 YS는 姜의원에게 어떤 입장을 보였나.

"내가 지난해 9월 정계 은퇴 선언을 하기 전까지 수차례 상도동으로 찾아가 뵌 적이 있다. 그러나 나는 이 사건에 대해 일절 말을 꺼내지 않았다. YS도 아무런 얘기가 없었다."

-무덤까지 가지고 가기로 했다가 최근 재판에서 사실을 밝힌 이유는.

"그동안 자살하고 싶다는 갈등을 10여차례 겪었다. 3년 동안 나는 식물인간이었다. 내가 정말 안기부 예산을 빼내 썼다는 범죄를 저지르고 처벌(1심에서 징역 4년 선고)을 받았다면 오히려 양심의 가책이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징역을 살거나 삶을 포기하려 해도 '진실이 이게 아닌데'라는 울분으로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리고 과거의 잘못을 단순히 개인적 의리 때문에 덮는 것은 역사의 진실이라는 대의를 저버리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집권당 사무총장을 지낸 사람으로서 최근 검찰의 대선자금 수사를 어떻게 보나.

"편파 수사라는 논란도 있지만 시대의 흐름은 올바른 방향으로 가는 것 아닌가. 한때 나는 집권당의 살림을 맡았었다. 사실 어느 누구도 과거의 잘못된 관행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그러나 이제는 새로운 출발을 위한 거대한 시대의 흐름이 있다. 과거의 잘못을 고백해야 국민이 용서할 것이다. 진실 고백과 용서가 있어야 새 출발이 가능하다. 전직 대통령들에겐 이 부분에서 진실을 밝혀야 하는 역사적 책무가 있다."

-당에서 이번 4월 총선 때 공천한다는 얘기가 있다.

"나는 무죄를 받더라도 앞으로 국회의원 선거에 다시 나가지 않을 것이다."

김진 정치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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