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여행>傾國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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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망국(亡國)의 요소에 무력(武力)만 있는 것은 아니다.군주의사치와 호색(好色)도 있다.중국의 경우 오(吳)의 부차(夫差)가 서시(西施)에게,당(唐)의 현종(玄宗)이 양귀비(楊貴妃)에게 눈이 멀어 망국을 초래한 것은 유명하다.경국 (傾國)은 나라를 기울게 할 정도의 미녀(美女)로 지금의 미스코리아쯤 되겠다.이보다 좀 못한 미녀가 경성(傾城)이다.성 한개 정도를 기울게 하는 미녀인 것이다.
한무제(漢武帝)의 궁중 악단장 이연년(李延年)의 여동생은 재색을 겸비한 미녀였다.그는 여동생을 무제에게 시집보내기 위해 기발한 아이디어를 생각해 냈다.무제 앞에서 춤과 노래를 선보이는 기회에 노래의 가사를 조작했던 것이다.
『북방에 한 가인(佳人)이 있다네(北方有佳人) 절세의 미인이라 홀로 우뚝 선 듯하네(絶世而獨立) 그녀가 한번 보면 성이 기울고(一顧傾人城) 두번 보면 나라가 기운다네(再顧傾人國).』무제가 정말 그런 미녀가 있느냐고 물으면서 즉시 불러오게 한 결과 과연 미모와 재능을 겸비한 절세가인(絶世佳人)이었다.후에첩을 삼았는데 이가 이부인(李夫人)이다.그런데 이부인은 요절했다.임종 때에 무제가 찾아가자 이불을 뒤집어 쓰고는 얼굴을 보이지 않았다.수척한 얼굴을 보였다가 실망한 나머지 유언을 들어주지 않을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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